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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독립의 불꽃처럼 다시 필요한 미국의 민주주의 정신



코비드 펜데믹의 와중에도 세월은 쏜살 같이 흘러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월 6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이후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저지하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폭도들의 의회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리서렉션 반란이라 지칭 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무렵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혼란의 와중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통합과 민주주의 수호를 역설하고 있지만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은 여전하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가담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작업은 수사당국과 의회에서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최근 500여명을 검거해 기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사전 모의, 공권력 공격, 연방 재물 손괴, 불법 무기 소지, 금지 구역 무단 진입 등 다양하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수백 건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고 밝혔다. 의회 인근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 2개 관련 용의자도 체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갈등이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지난 1월 6일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연 다음 의회로 향했다. 의회를 에워싼 군중은 순식간에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의회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원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1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면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종료 일주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1차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상원 탄핵 재판에서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 중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민주당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했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공화당은 반대했다. 상원에서 독립적 조사위 설치 법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은 하원에 특위를 설치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전체 13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을 야당이 추천토록 했지만 공화당은 특위 운영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반쪽 운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태의 근본적 해법인 정치적 통합 작업은 훨씬 어려워 보인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폭동의 의미를 축소하고 선긋기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하원 청문회에서 앤드루 클라이드 공화당 의원은 “의사당 TV 화면을 보면 사람들이 정돈된 옷을 입고 있고 비디오나 사진을 찍고 있다”면서 “이를 반란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랄프 노만 의원은 “의사당에 들어간 사람들을 왜 트럼프 지지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론 지형의 양극화는 여전하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지난 1월 6~7일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41%와 34%가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이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지만, 6월 18~20일 조사에선 각각 30%와 20%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 지지자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대선 사기’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56%가 대선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53%는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가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말하듯 의사당에 난입한 이들 대부분이 평범한 백인 남성들이었다는 점도 이 사건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프라우드 보이즈, 오스 키퍼 등 폭력 성향이 강한 극우 백인우월주의 집단에 소속된 이는 10%, 실업자도 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관게자는 의사당 진입자 이른바 폭도들 45%가 기업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매우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그림”이라고 말했다.

허위 정보와 정치적 음모론이 유통되고,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하는 현실이 계속되면 평범한 가장이 의사당 담장을 기어오르는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도서관협회 총회 초청 연설에서 “우리의 주요 정당 두 곳 가운데 하나가 게속 선거 결과에 대한 거짓말을 믿고 있고, 거짓 정보는 게속해서 조직적이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전역에서는 코비드 펜데믹에서의 극복 까지도 자축하는 불꽃이 미 전역에서 화려하게 터졌지만 정치 영극화의 현상 속에서 화급한 현안들이 양분된 상원에서 대부분 막혀있는 오늘의 미국의 정치 현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럴때 역시 필요한 것은 타협과 화합의 민주주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