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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극명하게 나타난 뉴욕 예비선거 에스닉별 표 갈림 현상

큰 이변은 없었다. 아직까지 정당보다 정책보다 민족이 우선한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의 프라이머리 당일분 개표 결과, 여론조사 순위 대로 에릭 애덤스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율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31.5%로부터 1순위 선택을 받은 에릭 애덤스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인권변호사 출신 마야 와일리(22.3%) 후보와 뉴욕시 위생국장인 캐스린 가르시아 후보(19.7%)가 엎치락 뒤치락 하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사상 첫 아시아계 뉴욕 시장이 탄생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았던 대만계 앤드루 양은 11.5%의 득표율을 기록해 비교적 큰 차이로 뒤진 4위. 결국 앤드루 양은 패배를 인정한 첫 후보가 됐다. 양 후보는 22일 오후 11시경 맨해튼에서 지지자들에게 “득표 숫자를 보니 나는 차기 뉴욕시장이 될 수 없게 됐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한 회견에서 “여전히 우리가 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 역할이 뉴욕 시장과 뉴욕시의 퍼스트레이디로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각 에스닉별로 극명하게 표갈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에드류 양의 경우가 그렇다. 양 후보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뛰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올렸다. 올해 초 뉴욕 등 대도시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빈발하자 주목을 받으며 한동안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런 높은 지명도로 인해 그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견제 대상이 됐다. 특히 주류 뉴욕언론들은 아시아계인 그를 뉴요커가 아닌 외지인 취급을 하며 공격했다. 그의 득표는 뉴욕 아시안계 특히 중국 대만계 분포와 거의 일치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는 민주당 경선 승자가 사실상 본선 승자로 여겨진다. 다만 아직 반영되지 않은 우편투표 결과와 이번 선거부터 새로 도입된 ‘순위 선택 투표제’ 때문에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애덤스 후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범죄율 때문에 ‘치안’이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뉴욕경찰국(NYPD) 출신 이력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뉴욕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뉴욕 역사상 두번째 흑인 시장이 된다. 애덤스 후보는 2013년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브루클린 구청장으로 선출돼 2017년 재선을 거쳐 현재도 재직 중이다.

그는 이날 투표를 마친 후 어릴 적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던 어린 흑인 소년이 뉴욕 시장 후보가 된 소회를 밝히며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하며 어머니가 생각 난다며 울기도 했다. 1위 결과가 나오자 애덤스 후보는 “뉴욕시가 에릭 애덤스를 꼽았다. 내가 차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하면서 단합을 호소 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현 드블라지오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마야 와일리후보의 막판 뒷심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초반에 중위권 이었지만 진보 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2위로 치고 올라 왔고 이날 개표 결과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뉴욕 진보의 상징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원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와일리 후보는 ‘치안’ 문제에 대해 애덤스 후보와 가장 차별화된 입장을 갖고 있다. 와일리 후보는 “경찰력을 늘린다고 범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뉴욕경찰 예산 중 일부를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낙후한 마을을 개선하는 데 투입하겠다”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와일리나 가르시아가 당선될 경우 이들은 뉴욕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가르시아 후보가 앤드루 양의 지지선언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선두를 달리는 애덤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예비선거 직전 합동 유세를 펼치며 연합 작전을 펼쳤다. 앤드루 양은 “나를 1위, 가르시아를 2위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었다.

이 같은 후보 간 연대는 ‘순위 선택 투표제’라는 독특한 투표 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5명까지 자신의 선호도 순으로 후보를 써낼 수 있었다. 과반수 이상으로부터 1순위 표를 얻은 후보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표를 다른 후보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개표를 이어간다.

1순위 투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2, 3순위 선호 후보로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순위 선택 투표제’의 계산 방식 때문에 아직까지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또 전체 투표의 15~20%를 차지하는 우편투표 결과까지 반영하려면 몇 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최종 승자는 빨라야 7월 중순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2일에 최다 득표를 한 후보자가 반드시 최종 승리할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2, 3순위 표를 많이 얻은 다른 후보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동포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시의원 선거에서는 일부 후보가 한명만을 뽑는 이번 예선에서 1위를 기록 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이번에 최초의 한인 뉴욕 시의원 탄생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여겨져 힘을 받게 되면서 더욱 우리의 단합해 힘을 기르고 목소리를 내기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