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일본 스가총리의 협량과 한국의 추후 자세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당초 이번 영국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식 회담을 하기로 양국 정부가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일본 스가총리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한국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 그 결과 양측은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한 상태였지만, 스가총리가 현장에서 끝내 회담에 응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표면적 회담 취소 사유로 '독도방어훈련'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독도방어훈련'은 198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연례 훈련인데, 올해 상반기 훈련은 이번 주 예정돼 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반발해왔지만, 뻔히 알고 있었던 이를 이유로 잠정 합의한 회담까지 취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독도방어훈련은 핑계일 뿐, 저간의 한일관계 사정과 스가총리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관측이적이 지배적이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 폐막 후 동행한 일본 기자들에게 이를 설명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런 회담을 할 환경이 아니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를,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G7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2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언론엔 포착되지 않았는데,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만남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손짓으로 불러 함께 스가 총리 부부에게 다가갔다.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스가 총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도 스가 총리의 부인 마리코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스가 총리는 일본 언론에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바비큐만찬 때도 인사하러 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인사를 하러 찾아왔지만, 예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함께 했다는 뉘앙스가 읽히는 대목. 문 대통령은 영국을 떠나면서 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2차관은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는 일본 정부와 언론 보도에 '촌티난다'"고 밝혔습니다. "다자회의에서 정상 라운지나 만찬장에서는 먼저 본 정상들이 다른 정상한테 가서 인사하고 여럿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대화도 이어나가고, 이런 방식으로 저절로 진행된다"고 설명하면서, "'누가 먼저 인사했네' 자신은 인사만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부터 약간 촌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 고려로 한국과 대화보다는 비판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주최측이 한국을 초청한 것에 대한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시아에선 줄곳 일본 홀로 참석해 온 G7 정상회의라는 국제 무대에서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을 자신과 동격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일본이 공식적으로 ”한국 등을 초청국으로 부르는 것은 상관없지만, G7의 틀을 확대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다시 주장한 것으로 전햇다. 일본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G7에 한국 등을 넣어 확대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자 한국은 G7 국가들과 “대중, 대북관이 다르다”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스가총리의 행태는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자신의 협량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에게 부메랑으로 다가올 전망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7년여에 걸친 장기 정권을 유지하며 미-일 동맹 강화 등 여러 성과를 남긴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스가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외교 문외한’이라 알려져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처와 한국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2019년 11월,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던 타이 방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후 소파로 이끌자 11분 정도 자연스레 환담에 응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가 총리는 처음 임하는 본격적 다자외교 무대에서 미국 등 G7 정상들에게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일본 탓’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을 몽매에도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적지않은 실망감을 던져 준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내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상당히 애를 썼고,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취임이후 계속 이 문제에 대한 한국측 입장 변화를 은근히 종용했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틀에서 한일 관개 개선을 바라는 다수 외교 전문가들은 계속 과거사 문제가 보태졌지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역시 투트랙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시간과 환경은 한국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