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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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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조지아 선거법과 짐 크로우 법의 망령

투표 절차를 기존보다 까다롭게 만든 미국 조지아주의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넘어 기업과 스포츠계로 확산되고 있다. 코카콜라 델타항공 등이 유색인종의 투표권을 제약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미국프로야구(MLB) 사무국도 이 법에 항의하는 뜻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기로 했던 올스타전을 취소했다. 이 문제는 전·현직 대통령 간 대결로도 비화했다.

언론들은 올스타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적게는 3700만달러 에서 많게는 1억9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앞서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을 비롯해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UPS, 시스코 등 대기업들도 선거법 개정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일 발표된 투표권 보장 촉구 성명에 193개 이상의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민간 기업의 잇따른 선거법 개정 비판은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의 압력 때문이기도 하다.

조지아 주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지난달 부재자 투표 신청 시 신분증 확인, 부재자 투표 신청 기간 단축, 우편투표 수거함 설치 장소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 선거법은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선 유권자들에게 음식물과 물을 제공하는 것도 제한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투표권을 제약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가 높았던 우편투표와 부재자 투표 접근권을 제약함으로써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게 공화당의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광범위한 ‘선거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화당원과 보수진영을 향해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조지아주 선거법 개정을 비판하거나 반대 입장을 밝힌 기업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했다. 마이크 리,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을 비난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 겁먹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조지아주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7개 주에서 조지아주와 유사한 투표 제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우편투표 등 투표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다. 연방 법률로 주정부 차원의 투표권 제약 시도를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조지아주의 개정 선거법에 대한 위헌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가깝게는 내년 말 중간선거, 멀게는 2024년 대선을 겨냥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짐 크로 법(영어: Jim Crow laws)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됐던 미국의 주법이다.

짐 크로는 당시 인기 있었던 연극 공연에서 흑인으로 분장한 백인 케릭터의 이름 이었다. 이 법들은 옛날 남부 연맹에 있는 모든 공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인종간 분리하도록 했으며, 미국의 흑인들이 “분리되어있지만 평등하다”는 양두구육식의 사회적 지위를 갖게 했다.

짐 크로법의 예를 들자면 공립학교, 공공장소, 대중교통에서의 인종 분리, 화장실, 식당, 식수대에서의 백인과 흑인 격리 등이 있었고 납세기록이 없는 흑인과 글을 모르는 흑인에게는 투표권을 제한하게 됐다. 미국 군대에서도 백인과 흑인은 분리됐다. 연방대법원에서 공립학교에서의 차별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1954년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재판〉 사건은 결정적으로 짐 크로 법의 폐지를 가속했고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선거권법으로 인해 효력을 상실했다. 지난한 투쟁과 노력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그 망령이 21세기 들어 다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