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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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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재정악화와 양극화의 해법 '부유세'

미국 민주당이 순자산 5000만달러 이상의 ‘초부유층’에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 일종의 부유세 법안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구멍이 난 재정을 보충하고 팬데믹 기간 더 심화된 빈부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여론 지지는 높지만 위헌 비판이 제기되는 등 법 통과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내외의 지대한 관심과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엊그제 빚을 제외한 순자산이 5000만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는 2%의 세율을, 순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는 3%의 세율을 부과하는 ‘초부유세법(Ultra-Millionaires Tax Act)’을 발의했다. 하원의 진보 코커스 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브렌든 보일 의원과 함께했다.

워런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을 언급하며 “막대한 세수를 창출할 수 있는 부유세는 이런 재정지출 계획을 도울 수 있는 방안 중 최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법안 통과 시 향후 10년간 3조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 최고 부자를 다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0억달러 이상 세금을 내야 한다. 블룸버그는 상위 100명의 미국인 부자가 내는 세금만 7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보육과 교육, 사회기반시설 구축 등에 사용된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대표적인 부자증세론자다. 그가 2011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소득세율이 비서보다도 더 낮다”며 부자증세를 요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해 그가 낸 소득세는 약 694만달러였지만 소득세율(17.4%)은 직원 20명의 평균(36%)보다 크게 낮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빌 게이츠 부부와 함께 기빙 프레지라는 세계 최대 자선 단체를 결성해 부의 분배를 실천하고 있지만 그를 따르는 부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부유세는 부자증세와 결이 다르다. 부과 대상이 이른바 슈퍼부자이며, 기준은 소득이 아닌 순자산이다.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엘리자베스 워런의원과 버니 샌더스 의원은 대표적인 부유세 옹호론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의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며 서로 경쟁하듯 부유세안을 내놨다. 워런안은 5000만~10억달러 미만 자산가에겐 2%, 10억달러 이상 자산가에겐 3% 부과가 핵심이었다.

샌더스는 워런안보다 과세 자산 기준은 3200만달러로 낮추되, 100억달러 이상 부자에게 8% 부과로 상한선을 높였다. 두 사람의 부유세안은 경선 탈락으로 물거품이 됐지만 코로나19가 부유세 논의를 되살렸다. 워런의원이 발의한. 내용은 2년 전 안과 큰 맥락에서 같다. 다른 것은 미국이 처한 사정이다. 코로나19로 소득 불평등이 더 커졌다.



미국인의 60% 이상이 부유세를 지지할 만큼 여론의 호응은 뜨겁지만 암초도 적지 않다. 위헌 소지가 남아 있고, 해외 은닉 재산 등으로 인해 부자들의 자산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일론 머스크 등이 소득세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를 떠났듯이 억만장자들이 국외로 거주지를 옮겨 조세 부담을 회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때문에 워런 의원 법안에는 시민권을 포기하는 부유층에게 ‘종료율’이라는 이름으로 40%의 세금을 물리거나, 미 국세청의 회계감사 능력을 크게 신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CNN은 “법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등 헌법에서 허용될지 의문”이라며 “부유층은 가치를 매기기 힘든 자산을 갖고 있어 집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 법안은 가까운 미래에 제정될 것 같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세를 요구하지 않았고, 재무장관도 집행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부유세 법안이 발표됨에 따라 민주당 내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구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워런 의원 방식의 부유세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각국의 확장재정과 양극화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남미에서도 부유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는 지난해 12월 각각 부유세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아르헨티나서는 부유세법을 ‘백만장자세’라고 명칭했다. . 영국도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과 별도로 코로나 봉쇄로 호황을 누린 온라인 기업에 온라인 판매세와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부유세위원회는 심각한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으로 부유세 도입을 권고했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앞다퉈 증세와 함께 부유세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후생경제학자 피구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일회성 부유세(25%)를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자본의 영국 탈출, 자산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자와 그 밖의 평범한 사람들은 경제 회복에서도 상이한 속도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많은 국가들이 부유세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이때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