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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일단은 트럼프를 안고 가려는 공화당

초유의 두번째 탄핵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났지만 아직 그의 일거수 일투족과 그에 관한 논란은 미국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다. 탄핵 재판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주 초반 8일 만해도 전직대통령으로서 그가 받고 있는 기밀정보 브리핑이 큰 화제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한 유력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보 브리핑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며 “실수로 말 하는 것 외에 어떤 영향이 있겠나”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측은 7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보 브리핑 접근을 아예 차단할 경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나고 탄핵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종의 감정적 대응이 될 수 있다는 공화당 및 지지자들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민의 56%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 연방 상원이 유죄로 판단하고 향후 공직을 맡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최근의 여론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7일 입소스와 ABC뉴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지지 정당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대해 입장이 극명하게 달랐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10명에 9명이 탄핵을 지지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10명 중 8명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입소스는 분석했다.



한편 9일부터 열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리는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형사재판 절차로 진행되는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는 지난달 13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검사 역할을 맡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그를 변호한다. 민주당 측은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대리인단이 거부했다. 별도의 증인 신문 또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할 때 탄핵 심리가 1주일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상원에서 탄핵절차의 적법성을 묻는 사실상의 ‘탄핵 모의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탄핵이 적법하다는 공화당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17명이 공화당에서 이탈해야 통과되는 탄핵 심판은 사실상 ‘도착 즉시 사망’ 판정을 받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유해한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화당은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컬럼리스트는 “공화당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운명의 고리에 갇혔다”며 “나조차도 공화당이 트럼피즘을 끝낼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탄핵절차 투표 예상를 보고 그런 희망은 사라졌다”고 썼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탄핵안 최종 부결에 관계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출마를 막는 별도 투표를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폭동 및 반란에 관여한 공직자가 추후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했으며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탄핵안 가결과 달리 과반 찬성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하다.

공화당내의 분위기는 트럼프를 안고 가려는 경향이 짙다.

지난 4일 음모론 집단 큐어넌 신봉자이자,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상임위원 자격을 박탈하는 투표에서도 공화당은 고작 11명만 찬성했다. 하루 전날,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리즈 체니 의원을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박탈할 것인지를 두고 실시된 투표에서 61명이나 찬성표를 던진 것과 비교됐다.

평가했다.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5일 “링컨의 당은 사라졌다. 레이건의 당도 존 매케인의 당도 없다. 공화당은 마저리 테일리 그린의 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이 빠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품고 가기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2022년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는 대선에서 패했지만 46.8%를 득표했다. 의사당 폭동 이후에도 공화당원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CNN)에서 48%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트럼프의 대선 조작 주장으로 미국 사회가 부담하게 된 비용은 약 5억1900만달러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이런 사실에 눈감았다. CNN은 “가치와 권력 사이에서 공화당에선 늘 권력이 이겼다는 것이 트럼프 시대의 교훈”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전임 대통령실’ 사무실을 열었다. 지난 5일에는 극우성향의 소셜미디어인 갭(Gap)에 “민주당이 요청한 탄핵심판 출석은 홍보용에 불과하다. 출석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트위터 등에서 계정이 정지당한 후 첫 온라인 메시지다. 인사이더는 지난 4일 “트럼프가 탄핵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신의 탄핵에 표를 던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은 블루 아메리카와 레드 아메리카, 트럼프 아메리카로 분열됐고 향후 몇 년간 트럼프 아메리카가 레드 아메리카를 얼마나 잠식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공화당을 ‘네버 트럼프(트럼프 반대)’와 ‘무늬만 공화당원 (리노·공화당 소속이지만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려 비판받는 사람들)’, ‘트럼프 공화당(트럼프 지지자들)’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공화당은 새로운 리노들과 트럼프 공화당원들 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