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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미중 정상간의 첫 통화에서 보인 팽팽한 기싸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마침내 전화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G2 수장간 첫 통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시 주석과 통화를 하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등 아시아와 유럽 지역 동맹국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심지어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돈독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며칠 전인 지난 7일 시 주석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바 있다. 이날 한 유력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시주석을 꽤 잘 안다. 그는 매우 똑똑하고, 매우 터프하다”며 “비판이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인데 하지만 그에게는 민주적인 자질이 조금도 없다”고 말한바 있다.

이런기조를 반영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작심한듯 중국 당국으로서는 민감할 수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지미 라이 등 민주 인사 투옥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홍콩 이슈를 비롯해, 강제 수용소 운영 등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의 이슈를 거론했다. 그리고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에 대해 문제까지도 제기했고 또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당연히 두 정상은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과 대량 살상 무기 방지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코로나의 중국책임론은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예상외의 강공에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중국의 대치는 양국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 국영 CCTV는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하며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홍콩, 신장, 대만 등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홍콩, 대만, 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시주석이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하고 상호 존중을 토대로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물러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중 관계가 우여곡절 속에서 발전했다”면서 “미중이 합하면 모두 이익이고 싸우면 둘 다 손해이므로 협력이 양측의 유일한 정확한 선택”이라고 말 하면서 “양측이 상호 존중한다면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사법, 군사 부문에서 교류가 늘 수 있다”면서 “중·미 양측은 서로 오판하지 않도록 대화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밝혔다고 중국언론은 전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개방에 대한 자신의 우선 순위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전하면서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관행, 인권 유린,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는 군사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거론한 대만 이슈가 특히 눈길을 끄는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은 중국의 일부 지역이기 때문에 국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미국과 대만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공식 고위급 회담도 가졌다. 대만의 실질적인 주미 대사 역할을 하는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 대표와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가 만난 것. 양측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상호 관심사를 많이 다룬 것은 미국과 대만 간 강력한 파트너십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중국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바이든 신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은 중국을 최우선 경쟁 상대라고 지목하며 다른것은 몰라도 대 중국 정책 만큼은 트럼프가 잘했다고 공공연히 말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축전을 보내지 않았고, 20일이 지나도록 두 정상의 통화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가까스로 이뤄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첫 통화에서도 양국이 민감한 문제를 꺼내놓고 서로 압박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주석과 첫 통화에서부터 강렬한 ‘기싸움’을 벌인것에 대해 대중국 강경 기조를 선택한 이유는 미국 내 반중국 여론을 크게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모두 중국에 강경한 입장이고, 미국민 중 77%가 중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50년 중국통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점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 내 중국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 때의 인물들이 대부분으로 대중국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서도 일단 기조는 강경한 방향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정부 새 외교라인의 정책 기조에 반영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