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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조지아가 던지는 풀 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위력

이번 조지아 상원 선거는 기적이라고 까지 얘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풀뿌리 민주주의 유권자 등록 운동의 승리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확보하고 있던 두 개의 의석 모두를 빼앗아 와 실질적 원내 다수당이 됐다.

이번에 당선된 라파엘 워녹 후보는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목사 출신이다. 존 오서프 후보는 진보 성향의 매체를 운영하던 30대의 젊은 정치인이다. 워녹은 조지아주의 첫 흑인, 그것도 노예의 후손 상원의원 이라는 기록을, 와습이 아닌 오서프는 이민자 자녀 출신 최연소 상원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이로써 조지아주는 2020년에 치러진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 됐다. '레드 스테이트' 조지아에 '블루 웨이브를 가져온 힘은 무엇일까? 미국 언론들은 조지아 상원선거 승리의 원동력으로 풀뿌리 유권자 운동을 꼽고 있다. 그중 일등공신 중 한명으로 이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6세) 전 민주당 조지아 주지사 후보를 꼽는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 후보로 2018년 조지아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에이브럼스는 데이비드 캠프 주지사를 상대로 5만5000표 차이로 석패했다. 당시 주지사 선거는 선거 전날 30만 명의 유권자를 투표 부적격자로 처리해 혼선을 초래하는 등 불공정 시비가 일었다.

에이브럼스는 이 패배를 교훈 삼아 본격적으로 풀뿌리 유권자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투표독려단체 '페어파이트액션'과 '뉴조지아프로젝트'를 설립해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계 유권자들을 상대로 유권자 등록 운동을 벌였다. 이때 우리 한인동포들이 주류로 참여 하고 있는 아시안아메리칸 어드버커시 펀드(AAAFund)가 큰역할을 헸다. 뜻을 같이 하는 한인, 흑인, 여성, 청년층 풀뿌리 운동가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한명 한명 찾아낸 유권자들은 80만 명이 달했다.

대거 유입된 신규 유권자들은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었고, 이들의 표가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민주당 승리에 대해 " 풀뿌리 에이브럼스가 퍼퓰리즘 트럼프를 이겼다"면서 "흑인과 소수민족의 들의 열망이 백인들의 분노를 이겼다"고 평가했다.

아다시피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연방 대법관 임명 등 인사 문제에서부터 의료보험 등 정책 특히 이민 정책이며 거론되고 있는 서류미비자 사면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발목 잡힐 어려움에 처할 뻔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바이든이 대표하는 민주당 주류 입장에서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한다. 조지아에서 '파란 물결'을 이끈 힘은 기존 민주당 세력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좀더 '왼쪽'으로 이동하기를, 좀더 '아래'로 내려오기를 요구하는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들, 여성, 청년 등 풀뿌리 운동가들이다. 이들이 당선시킨 조지아주 상원의원들의 면모를 봐도 '파란 물결'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다.

존 오소프는 조지아 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되어, 만 33세에 상원의원에 취임하게 되어 현 의회 최연소 상원의원이다. 1987년 생인 그는 어머니는 호주계 미국인 이고 아버지는 러시아계+리투아니아계 유태인 혼혈이다. 존 오소프의 아버지는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다. 존 오소프 본인은 유태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어머니를 통해 호주 시민권도 취득했으나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호주 시민권을 포기했다. 2013년 런던정경대에서 이학석사를 따고 존 루이스 의원 사무실을 거쳐 조지아 주 하원의원인 행크 존슨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2017년 조지아 주 하원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48.2% 득표에 그쳐서 공화당 후보에 밀려 낙선한 것이 정치경력의 전부다. 오소프의 당선은 밀레니얼 세대가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에 진출한 쾌거이자,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그에 대한 한인 사회의 기대는 각별하다. 오소프 모친이 3년 전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한 주역이었으며, 오소프 본인도 한인 유권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모친 헤더 펜턴은 2017년 1월 결성된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태스크포스(TF)에 건립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소녀상 설치의 정당성을 현지 주류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펼쳤고,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관의 건립 저지 움직임에도 적극적으로 맞섰다. 펜턴 등 소녀상 건립추진위와 한인사회의 노력으로 브룩헤이븐 시의회는 소녀상 건립안을 통과시켰고, 2017년 7월 소녀상 제막됐다. 펜턴은 호주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 평소 이민자 권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게 한인사회의 전언이다.

오소프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23살 때 미국에 이민을 왔다"며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권을 획득하고 변화를 위해 특히 이민자와 소수민들을 위한 시민운동을 벌였다"고 모친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오소프 후보는 지난해 12월 조지아주 한인 유권자들이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 라파엘 워녹 후보와 함께 참석해 "아시아계 미국인이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라면서 한인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시안아메리칸액드버커시펀드(AAAFund)가 화상회의 앱 줌을 통해 마련한 존 오소프 후보와 라파엘 워녹 후보를 초청해 공약을 점검 시간을 통해서 였다..

한편 라파엘 워녹 후보는 뉴욕의 진보 명문 신학교 유니온 신학대학에 석박사를 받은, 지역에서는 신망이 높은 50대 초반의 개혁적 목사다. 그는 당시 화상 회의서도 유권자 등록운동을 강조 했는데 루이지애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투표하기 위해 8시간이나 걸려서 가야 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15년 전 침례교 목회자로 조지아에 와서도 투표권 쟁취를 위해 계속 싸워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곳에 투표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권자 탄압과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유권자를 피부색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녹 당선자는 "누구나 적격을 갖춘 투표권자는 영어보다 더 편한 그들의 언어로 투표용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지아는 그러지 못해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한인사회 일각에서 추진하는 다중언어 투표지 운동을 지지하고, "모든 사람이 인종, 종교, 성별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는 명제를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우리 동포사회가 반드시 배워야 할, 따라야 할 뿔뿌리 유권자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