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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새 국제질서의 표지판이 된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바이든 시대의 출범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변화, 특히 중동 정세의 격변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핵합의 파기와 복원을 둘러싼 미,이란 갈등의 한복판에 발생한 선박 나포 사건으로 한국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중동정세, 국제질서의 시금석이자 바이든 새 정부의 외교 능력 나아가 한미 동맹의 강도를 시험할 수 있는 표지판이 될 공산이 크다.

미 국무부는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에 대해 즉각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고 이를 공표했다. 이번 나포가 단순히 상선 한 척이나 한국 정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제재를 흔들려는 의도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번 나포가 핵협상 재개를 앞두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계산된 행동으로 조 바이든 당선자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공약한 바 있는 만큼 향후 미국과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



미 국무부는 취임식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란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 선박을 억류하고 같은 날 “우라늄 농축 농도를 기존 4.5%에서 20%로 대폭 상향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이란이 2015년 핵합의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고 한국 국적의 선박까지 나포한 것은 중동에서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이는 서구 국가에 대한 이란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은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과 맺은 핵합의에 따라 최소 15년간은 3.67% 이상 농도로는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제재 완화’를 얻었다. 하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것이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5일자에서 “미국이 파놓은 구덩이에 한국이 빠진 것”이라고 전하면서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이 이번 사건의 빌미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국은 중동에서 미국 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번 사건 발생 직후 미국이 한국을 대신해 이란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사이에 한국이 끼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란이 계획적으로 나포 작전을 벌였다면 그런 미국과 동맹 간 이간도 노렸을 것이다. 때문에 자칫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국민 안전과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은 물론 동맹관계에도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포, 억류한 실제적 이유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중앙은행의 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란과 교역 및 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란은 2019년부터 주이란 한국 대사관을 통해 ‘동결된 자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이나 식료품 대금 결제를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무렵 이란은 우리에게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일본에 공을 드렸다.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데 이어 이란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하기도 했다. 한국 외교부의 역량이 문제되기도했다.

이란의 동결된 자금은 일차적으로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 유조선을 희생양 삼아 해결될 것이 아니다. 돈 달라고 납치 인질극을 벌이는 건 폭력 집단이나 하는 행위다. 왜 미국 배를 나포하지 않고 권한도 없는 한국의 배를 나포하나. 미국은 두렵고 한국은 만만한가. 이란은 하루빨리 억류한 한국 선박과 무고한 선원들을 돌려 보내야 한다.

이란 핵협상을 재개할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까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미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복원 약속이 조속히 이행되지 않으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한국정부는 미-이란 간 갈등에 끼어 장기 표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도 서둘러 이란을 상대로 한 총력 외교전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