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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미국 민주주의가 추락했다가 다시 비상한 날

2021년 1월 6일은미국의 민주주의가 끝없이 추락했다가 다시 장엄하게 비상한 날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한 대선 결과를 최종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던 의회를 폭력으로 점거하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5시간 만에 이를 극복하고 보란듯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린 뜻깊은 날이었다.

놀람과 충격을 뒤로 하고 폭력에 굴할 수 없다는 각오로 결연히 회의장으로 들어와 여섯시간 가까이의 철야 밤샘회의로 자신들의 일을 끝낸미국의 선량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미국 민주주의 저력과 전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8시 재개된 상·하원 합동 회의모두에 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우리의 민주주의 전통이오늘 의회를 사수했다”고 말했다.펜스 부통령은 “역사적인 장소를 지킨 이들에게 항상 감사할 것”이라며 “오늘 의회를 유린한 이들은 승리하지 못했다”면서 “폭력은 이길 수 없다. 자유가 이긴다. 이곳은 여전히 국민들의 소유다”고 말한 뒤 “우리가 회의를 재개하면서 세계는 우리 민주주의의 활기와 힘을 다시 목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초유의 사태인 이번 폭력 사태의 직접적이고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그는 의사당 지척인 백악관앞에 지지자 수만명을 모아 놓고 “나약한 자들을 몰아내자. 힘을 보여줄 때”라고 선동했다. 이어 흥분한 지지자 수백명이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외벽을 타고 오르거나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난입했고, 상원 회의장 의장석과 하원 의장 사무실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난입 과정에서 바리케이드를 부수던 군출신 여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4명이 사망하고 경찰과 시위대 여러 명이 다쳤다. 당선인 확정이라는 마지막 법적 절차를 밟으려던 의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이런 장면들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고스란히 중계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즉각 중단시키라고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동영상을 올려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며서도 선거가 도둑맞았다…당신들은 애국 영웅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했다. .

하지만 이번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 맹주’를 자처해온 미국이 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유권자의 10명중 두명은 여전히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믿고 있어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

정치가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은 이런 취약한 환경 속에서 쉽게 자라나기 마련이다.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미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충격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이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지 세계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극복 될것며 기대는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것이 그 큰 소동 6시간만에 재개된 합동회의 에서, 또 그 내용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번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한 선거인단 개표 결과 인증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마지막 관문이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에 이어급기야 폭력 난입이라는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미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재개된회의는 상·하원 의원 1명 이상이 경합주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양원이 이를 받아들여 나뉘어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애리조나주에 이어 펜실베이니아주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됐지만 토론 뒤 실시된 표결에서 상·하원 모두 부결됐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의회 점거는 의회 내 트럼프 지지 세력을 이탈시켰다. 바이든 승리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해왔던 공화당 의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의원이반대 입장을 철회했다.특히 상원의 경우에는 동조자가 손에 꼽을 만큼 한두명에 불과 했다.

회의 재개 직후 상원에서 열린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 확정 표결에서 찬성은 93표, 반대는 6표 나왔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당초 14명이 바이든 승리에 반대하겠다고 말했는데, 6명으로 줄었다"면서 "오늘 일을 계기로 8명이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 반대를 주도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은 당초 애리조나를 비롯해 6개 경합주 선거 결과에 모두 반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애리조나는 이미 반대 절차가 진행 중이었고 나머지 에서는 펜실베이니아 한개주로 반대주를 줄였다. 조지아·네바다·미시간·위스콘신주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는 포기했다.



이날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패배가 확정된 켈리 레플러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늘 아침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선거 결과 승인에 전적으로 반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사건이 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면서 "양심적으로 선거인단 인준에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레플러 의원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조지아주 지원 유세 무대에 올라 "1월 6일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며 격려했다.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헌법 제정자들은 주가 승인한 선거 결과를 뒤집을 권한을 의회에 주지 않았다"면서 "의회가 선거 결과를 번복하면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인 선거인단 제도를 영원히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끝난 것은 끝난 것"이라며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과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상원 전속 사제인 베리 블랙 목사의 기도로 끝을 냈다. 그는 오늘의 사고와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교훈과 힘을 달라고 했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단합을 갈구 하는 감동적인 기도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긴 하루 24시간을 꼬박 견뎌야 했던 미 합중국의 선량들과 자괴감 뒤에 오는 자부심으로 새벽까지 TV 화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