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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망명객의 귀환 그리고 박세리" 대통령 방미에 얽힌 일화 제5편,김대중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앤드류스 공항에 내려 영접행사를 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998년 6월 워싱턴행에 올라 앤드류스 공항에 도착했다. 1985년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후 13년만의 워싱턴 방문이었다. 이번에는 망명자가 아닌 대통령 신분으로 국빈 방문하는 길이었다.


주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동포 리셉션에 참석한 한인들

# 호텔 대신에 대사 관저에서 리셉션

하지만 대한민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초유의 국난기간 이었다. 나라가 어려운 만큼 리셉션도 약식으로 치러졌다. 호텔 대신 주미대사의 관저로 장소가 바뀌었다. 리셉션의 음식도 간단하게 준비됐으며 초청 인사도 500명이 채 안됐다.


주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동포 리셉션장에 입장하며 손을 흔드는 김 대통령. 오른쪽은 이희호 여사, 왼쪽은 이홍구 대사

김성래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나라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해외동포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LPGA에 막 데뷔해 US 오픈 우승이란 쾌거를 이룬 박세리와 유리시스템을 매각해 거부의 반열에 오른 김종훈씨 등도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98년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 골프 여왕 박세리의 패션
턱시도 스타일의 블랙 재킷과 바지 차림의 성장을 한 박세리를 단번에 알아보는 이는 별로 없었다. 짧게 컷을 친 후 앞머리는 치켜세운 헤어스타일에 메이크업으로 변신한 그녀는 운동선수 박세리가 아닌, 젊고 아름다운 한 여자였다.
뒤늦게 세계적 스타를 알아본 팬들의 사인 요청에 한동안 응하던 그녀는 곧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움직임도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원인은 ‘빼딱구두’였다.

내가 발이 아프면 리셉션이 시작될 때까지 벗고 있으라고 하자, 그녀는 망설인 끝에 구석자리로 갔다. 그리곤 구두를 벗고 화단에 걸쳐 앉았다. 그제야 살았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굽 높은 구두는 처음 신어 봐요.”
그래도 철없는 구두가 스무 살 여왕의 풋풋한 아름다움을 완전히 훔쳐가진 못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 조병웅씨의 1인 시위
리셉션은 그러나 초청 인사 선정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DJ가 설립했던 한국 인권문제연구소의 이영작 소장이 주도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무성한 말을 낳았다.
DJ의 방미에도 시위대는 없었다. 다만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백악관 앞에서 조병웅씨가 1인 시위를 벌였다. 전두환 방미 당시 청와대 경호원들과 격투를 벌인 조씨의 변화였다.
그는 ‘김대중은 고등간첩’이란 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으나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조병웅씨가 백악관 옆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공항에서 생긴 일
김대중 대통령은 그 뒤 1999년 7월, 2001년 3월, 두 차례 더 워싱턴을 찾았다.
세 번째 방미의 파트너는 빌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김 대통령은 3월6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 11일까지 5박6일간 워싱턴과 시카고를 차례로 방문했다.


힐러리 여사와 이희호 여사. 박지원, 임동원 등 수행원의 얼굴도 보인다.

그런데 이날 공항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전날부터 기온이 급강하한데다 바람이 몹시 불어 30분전부터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영접객들이 곤욕을 치렀다.
3시30분 김 대통령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가 공항에 내릴 무렵에는 때마침 눈보라까지 날려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김 대통령의 비행기를 기다리는 이홍구 대사 등 한미 영접객들

김 대통령 부부는 강풍이 계속되자 문 안쪽에서 손을 흔들며 도착을 알렸으며 트랩을 내려올 때는 경호원들이 부축하는 일도 생겼다. 김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1호차인 리무진 대신 벤츠 승용차에 올라 곧바로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로 향했다.
한인사회에서는 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 김태환 북버지니아한인회장, 이숙원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 최병근 평통협의회장 부부와 김길남 미주총련 회장이 환영을 나왔다.


2001년 블레어 하우스에서 동포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대통령 영빈관은
김 대통령은 7일 한미정상회담 후 숙소인 블레어하우스로 동포 30여명을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블레어 하우스는 총 4채의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1824년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다.
방은 119개, 침실은 14개이며 욕실은 35개다. 정식 명칭은 ‘프레지던츠 게스트 하우스’다. 영빈관인 셈이다.
1942년부터 공식적으로 영빈관으로 사용됐으며 겉보기에는 일반 타운하우스 주택처럼 소박한 형태이다.


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30명 초청, 15분만에 끝난 간담회
김욱 총영사가 사회를 맡은 간담회는 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의 환영사, 김 대통령의 수행원 소개와 치사,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치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며 이날 낮 열린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의 행보는 달랐다.
5시50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김 대통령의 다음 일정관계로 15분만에 끝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진념 경제 부총리,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양성철 주미대사 부부, 안주섭 대통령 경호실장, 박준영 공보수석 그리고 특별수행원인 정균환 민주당 총재특보단장, 유재건 민주당 의원, 정우택 자민련 의원, 김경원 사회과학원장등이 배석했다.


노 대통령의 얼굴에서 피로의 모습이 역력하다.



다음은 2001년 대통령 동포간담회 초청자 명단.

▲한인단체/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 김태환 북버지니아한인회장, 이숙원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 김길남 미주총련 회장, 최병근 평통 회장, 이완수 전평통회장
▲원로/최제창(의사), 이준구(태권도인), 박윤수 한미장학재단 이사장, 장극(공학박사, 장면 전 총리 동생) ▲봉사단체/한동직 워싱턴한인봉사센터 이사장, 강옥형 가정상담소 이사장, 김경렬 한글학교협의회장, 최경수 통합한글학교장
▲종교계/최호택 교역자협의회장, 조영진 워싱턴한인교회 목사, 김만풍 지구촌교회 목사, 김용효 볼티모어 성당 신부, 경암 보림사 주지
▲주류사회/헤롤드 변 버지니아 한인공화당 이사장, 서진호 한인민주당 회장, 신현웅 시민연맹 의장, 정동수 한미연합회 이사장
▲실업인/김재욱 JWK 인터내셔널Corp 대표, 이승길 리브라더스 사장▲입양단체/김응창 ASIA대표, 알렉산드라 루이스(입양인)
▲기타/강만춘 상록회장, 김덕곤 월드컵 후원회장, 조창구 인권연 지회장, 김홍기 재향군인회장, 김원기 우리민족 돕기 상임대표, 임주 식품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