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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 2: 태권도 관장들은 왜 로비에 나섰나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 2: 태권도 관장들은 왜 로비에 나섰나



# 태권도 관장들의 숙원사업

2011년에는 한인 태권도인들이 로비에 나섰다. 버지니아에는 1백개가 훨씬 넘는 태권도장이 있다. 그 중 80%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도장이다.
태권도 관장들에게는 숙원사업이 하나 있었다. 도장에서도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After School Program)이란 주로 맞벌이 하는 부모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학교를 마친 자녀들을 맡아서 공부나 여러 취미 활동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맞벌이 부부가 워낙 많기에 벌이가 쏠쏠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취득하기가 까다로운 데이케어(Day Care) 라이선스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해 데이케어 센터나 사회복지 서비스 센터 같은 곳에서 해왔다.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수련생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주 의회에 로비 착수

한인 태권도 관장들은 팀 휴고(Tim Hugo·공화) 하원의원을 찾아 갔다. 그는 한인 유권자가 많은 센터빌이란 동네를 지역구로 두고 있었다.
관장들의 건의와 설득에 그는 한인 1.5세인 마크 김 의원(민주)과 함께 검토, 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안은 데이케어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아도 태권도장 등이 데이케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들과 부모들

팀 휴고 의원은 “작년 여름 한인 태권도 관장들과의 첫 만남을 통해 라이선스 취득과 관련, 태권도장의 불편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데이케어 센터나 사회복지 서비스 센터 등의 반발이 무척 거셌지만,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마크 김 의원은 “라이선스 취득 절차 및 비용 문제, 또 해당 기관의 점검 등 번거로움이 많았는데 이를 수정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태권도 관장들과 오른쪽 두번째의 태권도 지원에 나선 팀 휴고 의원



# 주지사 “행동하는 한인들 보여줘”

그리고 드디어 버지니아 주내 태권도장 등 무술 도장들이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 서명식에서 밥 맥도넬 주지사는 “행동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모습을 직접 보여준 법안”이라며 “기존 법에 대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은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참여를 반영한 것이기에 무척 기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팀 휴고 의원과 태권도 사범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병곤 관장 등 한인 태권도인들은 얼마 뒤 선거에 출마하는 휴고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물론 선거에서 지지 캠페인도 벌였고 선거 때마다 그를 위해 앞장섰다.
그 후 한인 태권도인들은 팀 휴고 의원을 다시 움직여 2017년 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태권도의 날 결의문을 버지니아 주 의회에 상정, 이를 통과시켰다. 현재 버지니아에서는 매년 9월 4일이 태권도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