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1 : 소주를 물컵에 담아 마셔야 하는 법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1 : 소주를 물컵에 담아 마셔야 하는 법

# 소주 시키니 물컵에 담아오더라
A는 2000년대 초반 워싱턴에 출장을 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워싱턴 근교의 한식당에서 지인과 소주를 시켰는데 소주가 병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큰 맥주 컵 같은데 담아서 나온 것이다.
“어? 소주가 이게 뭡니까?” A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미국에 일찍 온 지인은 그냥 웃고 있었다.
“예, 버지니아 주는 소주를 병으로 내놓고 못 팝니다. 보통 15도 넘는 술은 하드 리커(Hard Liquor: 도수가 높은 술)로 분류돼 식당이나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팔려면 투명한 용기에 따로 담아 내놓아야 해요.”
웨이트리스의 설명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물컵 같은데 담아 나온 소주를 마시려니 영 술맛이 안 났다.
버지니아 인근의 메릴랜드와 DC는 소주를 병째 판매하고 있으나 유독 버지니아만 소주가 하드 리커로 분류돼 이를 금해 왔다고 한다.


# 한인들, 주 의회서 로비 착수
그런데 한인들이 어떤 사람인가. 맨주먹으로 미국에 와 신천지를 개척한 사람들 아닌가.
애주가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드디어 북버지니아 한인회(회장 강남중)와 버지니아 한인민주당(회장 임성빈)이 나섰다.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법을 바꾸려는 로비에 착수한 것이다.
의회에서 역할은 챕 피터슨 주 하원의원을 움직였다. 식당에서 소주를 병째로 판매할 수 있는 법안이 주 의회에 상정됐다.
문제는 하드 리커를 병째 마시는 문화가 없는 그들이 한국의 술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 어떻게 설득했나
2004년 1월 열린 일반법 위원회(General Laws Committee)와 주류 소위에서 의원들의 주된 질문도 하드 리커를 병째 내놓고 파는 한국의 음주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이 법안은 스몰 비즈니스를 보호하고 한국의 전통 음주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상정됐다. 캘리포니아 주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식당에서 병으로 술을 따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유독 버지니아만 금지돼 한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법안을 상정한 챕 피터슨 의원이 그 취지를 소개했다.발언자로 나선 임성빈 버지니아 한인민주당 회장도 한인들의 술 문화를 소개하며 소주 병째 판매법안의 통과를 역설했다.
“소주는 알콜 농도가 22%로 포트 와인과 비슷하며 한인들이 병째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은 문화적인 것이다~ 나 자신이 소주를 좋아하지만 병째 마실 수 없어 소주 마시기를 꺼리게 된다.”
소위원회 회의에는 한인 식당 업주들과 이시경 리치몬드 식품협회 회장 등 한인들이 응원군으로 참석해 의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 소주 병째 법안이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
한인들의 한마음 로비는 마침내 백인 일색인 의회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주 하원과 상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마크 워너 주지사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 해인 2004년 7월부터 식당에서 소주를 병째 놓고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애주가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고 식당들도 매상이 올라 좋아하게 되었다.
이는 한인들의 로비에 의한 작은 승리였다. 한인들은 우선 챕 피터슨 의원을 움직였다. 그는 부인이 한인 변호사였다. 게다가 한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 의원이었다.
한인들의 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는 의회에서 스몰비즈니스를 돕고 문화 존중 차원에서 소주법안의 필요성을 역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등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그해 7월 버지니아 소주 법안이 발효된 것을 축하하는 파티가 버지니아 한인민주당 주관으로 열렸다. 참석 한인들은 이듬해 치러지는 버지니아 부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피터슨 의원에게 6천25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가 선거에 나설 때마다 모금파티를 열어주었고 투표를 통해 지지를 보냈다.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다. 그는 현재 주 상원의원으로 중진의 반열에 섰다.

# 로비의 법칙
미국에서 로비는 로비스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필요가 로비를 낳는다.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기도 하고 이익단체에서도 권익을 위해 의회나 행정기관을 움직여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곤 한다.
소주 법안의 성공 사례처럼 로비에는 명분과 논리, 앞장 서줄 지역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그것이 로비의 법칙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에서는 울지 않는 새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먹이를 구하려 노력하지 않는 새에게 먹이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법은 없다.

# 소주 시키니 물컵에 담아오더라
A는 2000년대 초반 워싱턴에 출장을 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워싱턴 근교의 한식당에서 지인과 소주를 시켰는데 소주가 병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큰 맥주 컵 같은데 담아서 나온 것이다.
“어? 소주가 이게 뭡니까?” A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미국에 일찍 온 지인은 그냥 웃고 있었다.
“예, 버지니아 주는 소주를 병으로 내놓고 못 팝니다. 보통 15도 넘는 술은 하드 리커(Hard Liquor: 도수가 높은 술)로 분류돼 식당이나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팔려면 투명한 용기에 따로 담아 내놓아야 해요.”
웨이트리스의 설명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물컵 같은데 담아 나온 소주를 마시려니 영 술맛이 안 났다.
버지니아 인근의 메릴랜드와 DC는 소주를 병째 판매하고 있으나 유독 버지니아만 소주가 하드 리커로 분류돼 이를 금해 왔다고 한다.


# 한인들, 주 의회서 로비 착수
그런데 한인들이 어떤 사람인가. 맨주먹으로 미국에 와 신천지를 개척한 사람들 아닌가.
애주가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드디어 북버지니아 한인회(회장 강남중)와 버지니아 한인민주당(회장 임성빈)이 나섰다.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법을 바꾸려는 로비에 착수한 것이다.
의회에서 역할은 챕 피터슨 주 하원의원을 움직였다. 식당에서 소주를 병째로 판매할 수 있는 법안이 주 의회에 상정됐다.
문제는 하드 리커를 병째 마시는 문화가 없는 그들이 한국의 술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 어떻게 설득했나
2004년 1월 열린 일반법 위원회(General Laws Committee)와 주류 소위에서 의원들의 주된 질문도 하드 리커를 병째 내놓고 파는 한국의 음주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이 법안은 스몰 비즈니스를 보호하고 한국의 전통 음주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상정됐다. 캘리포니아 주 등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식당에서 병으로 술을 따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유독 버지니아만 금지돼 한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법안을 상정한 챕 피터슨 의원이 그 취지를 소개했다.발언자로 나선 임성빈 버지니아 한인민주당 회장도 한인들의 술 문화를 소개하며 소주 병째 판매법안의 통과를 역설했다.
“소주는 알콜 농도가 22%로 포트 와인과 비슷하며 한인들이 병째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은 문화적인 것이다~ 나 자신이 소주를 좋아하지만 병째 마실 수 없어 소주 마시기를 꺼리게 된다.”
소위원회 회의에는 한인 식당 업주들과 이시경 리치몬드 식품협회 회장 등 한인들이 응원군으로 참석해 의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 소주 병째 법안이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
한인들의 한마음 로비는 마침내 백인 일색인 의회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주 하원과 상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마크 워너 주지사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그 해인 2004년 7월부터 식당에서 소주를 병째 놓고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애주가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고 식당들도 매상이 올라 좋아하게 되었다.
이는 한인들의 로비에 의한 작은 승리였다. 한인들은 우선 챕 피터슨 의원을 움직였다. 그는 부인이 한인 변호사였다. 게다가 한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 의원이었다.
한인들의 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는 의회에서 스몰비즈니스를 돕고 문화 존중 차원에서 소주법안의 필요성을 역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등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그해 7월 버지니아 소주 법안이 발효된 것을 축하하는 파티가 버지니아 한인민주당 주관으로 열렸다. 참석 한인들은 이듬해 치러지는 버지니아 부지사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피터슨 의원에게 6천25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가 선거에 나설 때마다 모금파티를 열어주었고 투표를 통해 지지를 보냈다.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다. 그는 현재 주 상원의원으로 중진의 반열에 섰다.

# 로비의 법칙
미국에서 로비는 로비스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필요가 로비를 낳는다.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기도 하고 이익단체에서도 권익을 위해 의회나 행정기관을 움직여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곤 한다.
소주 법안의 성공 사례처럼 로비에는 명분과 논리, 앞장 서줄 지역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그것이 로비의 법칙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에서는 울지 않는 새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먹이를 구하려 노력하지 않는 새에게 먹이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법은 없다.

Number | Title | Date |
52 |
워싱턴에서 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들까?
|
2021.09.20 |
51 |
미국 선거, 후원금 얼마나 낼 수 있나?
|
2021.09.20 |
50 |
미국 정치인들의 뇌물과 부정부패
|
2021.09.12 |
49 |
특권의식을 버려라!: 미국 고위층들의 권위주의
|
2021.07.09 |
48 |
미국 국회의원들이 자취를 하는 이유
|
2021.07.09 |
47 |
미 정계에서 신인 돌풍은 왜 어려운 걸까?
|
2021.07.09 |
46 |
“동포들이 자긍심 갖는 조국 만들겠다”: 문재인의 약속
|
2021.06.24 |
45 |
연예인 저리 가라: 문재인 동포간담회 이모저모
|
2021.06.24 |
44 |
파격, 아이돌 스타급 환영: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방문 이모저모
|
2021.06.24 |
43 |
"건배사는 동대문으로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일화
|
2021.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