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행복의 조건

지금 한국은 그 어느 해보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온통 들뜬 분위기입니다. 추석은 한국의 추수감사절인 셈입니다. 한 해의 수확을 갈무리하고 기쁨의 축제를 여는 행복한 절기입니다. 그래서 차제에 행복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행복의 조건 가운데 으뜸가는 것은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좋은 환경에서 산다고 해도 감사할 줄 모르면 진정한 행복은 맛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록 많은 것을 갖지 못하고 생활환경이 여의치 못해도 그 가운데서도 감사할 이유들을 찾으려는 자는 남이야 어떻게 보든 자신은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느 철학자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었다고 합니다.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어떻게 보면 참으로 소박한 행복관입니다. 솔직히 행복하기엔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그 ‘부족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비움의 철학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이 부족함들이 행복의 조건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만, 무모, 아집, 무시, 경멸, 투쟁, 질투, 시기, 경쟁, 쟁취심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릇에는 아무것도 더 담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득 차 있는 한 결코 만족이란 있을 수 없으며, 만족이 없으면 행복도 물 건너 가게 됩니다. 서양 사람들이 거의 다 외우다시피하는 말 중에 “Happiness consists in contentm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은 만족하는 데 있다”라는 뜻입니다.

감사야말로 행복의 제일가는 조건입니다. 인간은 너나없이 누구나 행복하기를 그토록 염원하면서도 이 간단한 원리 하나를 몰라 아쉽게도 행복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영국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옥이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고, 천국이란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다.” 죤 밀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의 깊이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대인의 인생독본이라고 할 수 있는 탈무드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왔다가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해마다 발표되는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참으로 의외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면 불행하고, 비록 많은 것을 갖지 못했다 할지라도 만족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해주는 통계입니다.
(디모데전서 6:6-8)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요즘에는 좀 뜸해졌지만 한때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고 널리 퍼뜨린 말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도 거창하지도 않고, 우리 주변 가까이 소소한 일상 가운데 널브러져있다는 뜻입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행복한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기어코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행운까지 거머쥐겠다는 인간의 탐욕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칫 평소의 은혜에 둔감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 나서 머리털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은 크게 다행스러워하면서도 아예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그저 당연한 듯 무덤덤한 것이 우리의 일그러진 심리입니다. 한때 소설가 박완서 님이 허리를 삐끗한 후 보행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언급하며 인용해서 널리 퍼졌던 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매순간 깊이 곱씹어봄직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인 최인철 교수님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라는 저서에서 ‘보통 행복론’을 펴고 있습니다.
“나는 보통주의자가 되었다. 드라마 같은 행복, 예외적인 행복, 미스터리한 행복의 비법을 바라지만 그런 건 없다. 진정한 행복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다...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다. 딱 그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
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10:12-13)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이냐. 곧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그 모든 도를 행하고 그를 사랑하며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고 내가 오늘날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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