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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딤플 인생(Dimple Life)



골프공 표면은 작은 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을 딤플(Dimple)이라고 합니다. 딤플이 있는 공은 매끈한 공보다 공기 저항이 반으로 줄어들어 비거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원리에 비유해서 평소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서 오래 사는 것을 서양 사람들은 '딤플의 원리'라고 부르고, 그런 원리를 따라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딤플러(Dimpler)라고 부르는가 하면, 그러한 인생을 가리켜 ‘딤플 라이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무병장수를 제일로 치지만 일병장수를 주장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건강을 과신하다가 큰 병을 얻기보다는 한 가지 병이라도 있으면 늘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더 오래 장수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당뇨병을 축복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당뇨병은 평생 꾸준하게 관리해야 하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자기개발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예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정규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이 주경야독하면서 독학으로 학업에 정진한 결과 정규수업을 받은 자들보다 더 많은 학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생 경험까지 쌓아 크게 성공하는 자수성가형 인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딤플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딤플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지혜와 의지만 있다면, 우리의 약점은 오히려 강점으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칼 융은 "사람들이 가진 콤플렉스는 모든 인간의 숙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아무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청소년 시절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열등감에 시달렸고, 그 열등감을 떨쳐버리려고 마약과 술에 빠져 허우적댄 적이 있었지만, 농구를 하면서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친구들도 두루 사귀면서 점차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경기장에서 연세가 지긋한 흑인이 "백인이라고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존경을 받는 것이다”라고 한 마디 충고한 것이 계기가 되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고, 마침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많은 것을 두루 갖춘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신분상으로는 오늘날 미국 시민권보다도 더 큰 효력은 지닌 로마 시민권자(Civitas Romana)였고, 혈통상으로는 사울 왕을 배출한 베냐민 지파였고, 학문적으로는 유명한 대랍비(Arch-Rabbi)인 가말리엘의 문하생으로서 율법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히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당시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대학자였습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Ph.D. 박사학위를 몇 개나 받을 자격이 있는 석학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신체적인 약점이 그의 콤플렉스였습니다. 문헌에 의하면 그는 대머리에다가 휘어진 오자 다리였으며, 거기에다 약시(弱視)라는 신체상의 장애가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그가 시력이 매우 약했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여러 구절이 나옵니다. 아마도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났을 때 보았던 강렬한 빛으로 인해 생긴 안질일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추측하고 있습니다. 혹 어떤 학자들은 간질이나 치질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하는데, 성경의 내적인 증거로 볼 때 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어쨌든 바울에게는 그의 사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끼치는 지병이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약점에 대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고린도후서 12:7-10)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곧 강함이라.”



사도 바울은 다른 사도들과는 달리 셋째 하늘 즉 낙원의 황홀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 엑스타시(ecstasy)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 즉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들었다고 했을까요. 이 체험을 언급할 때 그는 자신을 짐짓 3인층으로 표현하면서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모르거니와 하나님은 아시느니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것은 여느 체험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특별한 체험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 외에도 아라비아 사막에서 3년간 홀로 기도하는 중에 주님으로부터 직통계시를 받은 남다른 체험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영적 체험을 했으니 그도 사람인지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 영적 교만에 빠질 위험도 있었습니다. 주님도 아마 그것을 간파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자만하지 않도록 육체의 가시 즉 사탄의 사자를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바울이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입니다. 깨달음이 곧 은혜입니다.

그랬기에 그는 육신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분골쇄신 복음전파에 일로매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딤플러’였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점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해서 그냥 주저앉을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해서 역전의 ‘딤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자들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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