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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예수님의 모형④: <절기>



유대인들은 절기의 민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절기를 지키고 있는데, 모든 절기마다 신앙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올해 2022년 10월 5일은 유대인들의 명절인 욤키퍼(Yom Kippur)였습니다. 대속죄일(大贖罪日)이라 불리는 이날은 히브리력 7월 10일에 지키는 절기로서, 한 해 동안 지은 모든 죄를 용서받고 속죄받는 날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엄숙한 명절입니다. 이날은 미국의 공식적인 공휴일(public holiday)은 아니지만 유대인들의 발언권이 센 나라이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공립학교들이 많이 있으며, 제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의 Fairfax County Public School에서도 Yom Kippur인 지난 수요일에는 평일인데도 수업이 없었습니다.

레위기 16장에 대속죄일의 규례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여기에 두 염소가 등장하는데, 이 염소들은 장차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실 예수님을 미리 그림자로 보여주는 모형이며 표상(表象)입니다. 대속죄일이 되면 그 당시 대제사장이었던 아론은 염소 두 마리를 취하여 제비를 뽑습니다. 한 염소는 ‘여호와를 위하여’, 또 한 염소는 ‘아사셀을 위하여’ 제비를 뽑은 후에 ‘여호와를 위하여’라는 제비에 뽑힌 염소는 잡아서 대제사장이 그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 법궤의 뚜껑에 해당하는 속죄소 위에 뿌려 온 백성의 죄를 사하는 의식을 베풉니다. 이때 대제사장은 반드시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야 합니다. 비록 대제사장이라 할지라도 피를 가지지 않고 그냥 들어가면 하나님의 징벌을 받아 즉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대제사장도 하나님 앞에서는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으로 공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죄인은 감히 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제사장도 지성소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를 속하는 의식을 행해야만 했습니다. 지성소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처소이므로 매우 엄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아사셀을 위하여’라는 제비에 뽑힌 염소는 산 채로 두었다가 대제사장 아론이 그 머리 위에 두 손으로 안수한 후에 광야로 내보냅니다. 아사셀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해석이 없습니다. 여기서 특별히 두 손으로 안수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온 백성이 한 해 동안 지은 모든 죄와 불의를 그 염소에게 옮기는 것(전가)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장차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우리 대신 십자가에 돌아가실 예수님 사역을 예표하는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그분의 의가 전가되어 죄인이 의롭게 된다는 개신교의 교리 즉 ‘전가된 의’ (imputed righteousness)라는 심오한 신학적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무 죄도 없는 분이셨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그분에게 옮겨 우리 대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안수한 후에 미리 지정해놓은 사람을 시켜 그 염소를 멀리 광야 무인지경에 갖다 버립니다. 그래서 다시는 못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유대 문헌에 의하면, 혹시라도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아예 절벽에 밀어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죄를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멀리 옮기시고 다시는 기억조차 하지 않으시며 완전히 도말하신다는 것을 상징하는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형을 잘 보여주는 절기로는 대속죄일 외에 유월절이 있습니다. 유월절은 오순절, 장막절과 함께 이스라엘의 3대 절기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절기입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광복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빛을 되찾은 광복의 사건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감격스러운 날을 기억하기 위해 자손 대대로 지키는 절기가 바로 유월절입니다. 하나님은 애굽 땅에 열 번째 재앙을 내리셨는데, 이 재앙은 바로의 장자로부터 모든 애굽 백성들 그리고 심지어 모든 가축의 처음 난 것들까지 모조리 죽이는 엄청난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에게 이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흠 없고 일 년 된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문 인방과 좌우 설주에 발라두면 밤에 죽음의 사자가 그 피를 보고 넘어갈 것이요 그러면 그 집에는 재앙이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출애굽기 12:12-13) “내가 그 밤에 애굽 땅에 두루 다니며 사람이나 짐승을 막론하고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처음 난 것을 다 치고 애굽의 모든 신을 내가 심판하리라. 나는 여호와라.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가 사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이 일러주신 대로 했더니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에는 재앙이 임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그 피를 보고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절기를 유월절(逾越節, Passover)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월절을 마치 유월 달에 일어난 사건으로 착각하는 자들이 많아서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공동번역성경은 과월절(過越節)로 번역을 했습니다. 유월절 밤에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죄 없는 어린 양들이 희생당했습니다. 고린도전서 5:7은 예수님이 바로 ‘유월절 양’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유월절 양은 우리를 위해 대신 죽으신 예수님을 예표합니다. 우리가 애굽으로 상징되는 사탄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생을 얻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보혈의 공로 덕분입니다. 요한복음 1:29에서 세례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고 증거했습니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을 가리켜 ‘어린 양’으로 묘사한 구절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요한계시록에서는 ‘어린 양’이라는 말이 무려 27회나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유월절 어린 양을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5:6, 5:12,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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