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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예수님의 모형③, '제도'



지난 칼럼에서는 예수님의 모형이 되는 ‘사건’으로 놋뱀 사건과 요나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모형으로서 ‘제도’에 대하여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가장 선명하고 적절한 예는 아마도 ‘도피성’ 제도일 것입니다.

우리 나라 민속 가운데 솟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찬원 가수가 트로트 경연에서 커버해서 유명해진 ‘진또배기’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이것이 바로 솟대입니다. 이러한 민속은 삼한시대의 소도(蘇塗)에서 유래한 것이며,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죄인이 이곳으로 피신을 하면 잡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서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어사일럼(Asylum)이 있는데, 죄인이나 채무자가 이곳으로 피신하면 관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신성한 도피처입니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에도 이와 비슷한 도피성(Refugee City) 제도가 있었습니다. 도피성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글표준사전에 의하면, 기독교에서 도피성을 이런 의미로 사용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수로 살인한 사람이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한 여섯 개의 성으로서, 오늘날에는 예수의 십자가 아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비교적 정확하게 정의를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도피성 제도는 실수로 사람을 죽인 오살자(誤殺者)를 복수자(고엘, 최측근 인척)의 손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수기 35:10-12) “너희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너희를 위하여 성읍을 도피성으로 정하여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그리고 피하게 하라. 이는 너희가 보수할 자에게서 도피하는 성을 삼아 살인자가 회중 앞에 서서 판결을 받기까지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니라.”

이어서 오살자와 고살자(故殺者)를 판별하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도피성 제도는 기본적으로 소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편 여러 점에서 이스라엘 민족 고유의 독특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이스라엘의 도피성 제도는 하나님의 사랑과 함께 공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성경의 도피성 제도는 누구든지 일단 피신할 수도 있도록 허용하지만 공동체의 재판을 통해 범행 동기를 밝혀냅니다. 그래서 오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만 고살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결코 죄를 간과하실 수 없는 공의로우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죄값을 치르지 않고는 절대로 죄사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구원은 은혜로 값없이 거저 받는 선물이지만, 하나님 편에서 보면 독생자로 하여금 죄값을 치르게 하시는 엄청난 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2. 도피성 제도는 누구든지 차별 없이 하나님의 은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민수기 35:13-15) “너희가 줄 성읍 중에 여섯을 도피성이 되게 하되 세 성읍은 요단 이쪽에 두고 세 성읍은 가나안 땅에 두어 도피성이 되게 하라. 이 여섯 성읍은 이스라엘 자손과 타국인과 이스라엘 중에 거류하는 자의 도피성이 되리니 부지중에 살인한 모든 자가 그리고 도피할 수 있으리라.”

도피성 제도의 혜택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타국인이나 그들 중에 거류하는 자들도 꼭 같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도피성 제도는 이미 그 당시에 하나님의 율법은 인권을보장하는 일에 매우 앞서갔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누구든지 도피성에 쉽게 다다를 수 있도록 도피성을 여러 군데에 두도록 하셨을 뿐만 아니라, 도피성의 위치를 적절히 등거리로 안배하여 보통 사람 걸음으로 한나절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습니다. 유대 문헌에 의하면, 이 외에도 도피성으로 가는 길 도중에 길이 갈라지는 분기점에는 반드시 도로 표지판을 세워 길 안내를 하도록 했으며, 또 중간중간에 안내원을 배치해 도피자들이 안전하게 도피성에 도달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고 하니 인권이 신장된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정말 감탄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피성 제도의 혜택을 누리는 데 있어서 이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은 장차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을 받는 일에 있어서도 민족이나 성별이나 신분이나 빈부귀천에 따른 차별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도피성 제도는 예수님의 대제사장적 대속사역을 예표하고 있습니다.

(민수기 35:28-32) “살인자는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그 도피성에 머물러야 할 것임이라. 대제사장이 죽은 후에는 그 살인자가 자기 소유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고의로 살인죄를 범한 살인자는 생명의 속전(a ransom for the life)을 받지 말고 반드시 죽일 것이며, 또 도피성에 피한 자는 대제사장이 죽기 전에는 속전을 받고 그의 땅으로 돌아가 거주하게 하지 말 것이니라.”

도피성에 피한 자라도 고살자는 반드시 죄값을 치러야 하며, 비록 오살자로 판명이 났다고 해도 당시 대제사장이 죽기 전에 도피성에서 나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대제사장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음을 예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속전(보석금)을 주고 사면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은 돈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노력과 공로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진리를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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