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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그리스도의 삼중적(三重的) 직분



지난 칼럼에서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예수는 이름이요, 그리스도는 타이틀(칭호)이라는 것도 아울러 지적한 바 있습니다. 타이틀은 다른 말로 직분입니다. 직분에는 반드시 직책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비근한 예로, 제가 속해 있는 장로교의 직제(職制)에는 목사, 전도사, 장로, 집사, 권사와 같은 직분이 있는데, 각 직분에 따라 응당 수행해야 하는 직책이 있습니다. 직분과 직책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가령 장로라는 직분을 가진 자는 장로로서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직책입니다. 장로는 개 교회 형편에 따라 재정위원장, 건축위원장, 관리위원장, 교육위원장 등 매우 다양한 직책을 맡게 되며, 장로라는 직분은 항존직(恒存職)이지만, 직책은 임시적이며 따라서 늘 바뀔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교인들에게는 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지만 이 칼럼을 대하는 분들 가운데는 초신자거나 아직 크리스천이 아닌 분들도 계실 수 있어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드리는 것이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직분과 직책에 대하여 조금은 장황하게 설명드린 이유는, 그리스도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나의 직분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상응하는 직무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그리스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메시아(구세주)와 같은 뜻입니다. 메시아의 히브리어 발음은 '마쉬아흐'인데, '기름부음을 받은 자'(the Annointed)라는 뜻입니다. 헬라어로는 '크리스토스'로 번역이 되었고, 영어로는 '크라이스트'인데, 한국어로는 '그리스도'라고 음역이 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약시대의 메시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구약시대에는 세 가지 직분에 대해 기름을 부어 성별(聖別)했습니다. ‘기름을 붓는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특별한 목적을 위해 따로 떼어(set aside) 구분하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의식을 위해 이스라엘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상용되는 감람유가 사용되었습니다. ‘거룩’의 원래 의미는 ‘구별’입니다. 그래서 꼭 같은 목재로 만들지만 성전에 사용하는 가구들은 올리브 기름을 발라 성구(聖具)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착안에 한국의 어느 성구사는 “가구는 나무로 만들지만 성구는 기도로 만듭니다”라는 멋진 광고 카피를 고안해내기도 했습니다.

구약시대에 기름을 부어 성별했던 세 가지 직분이 있는데, 선지자(예언자)와 제사장과 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부를 때, 당연히 예수님의 삼중적인 직분(three offices of the Christ)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컨대, 예수님은 선지자요 제사장이요 왕이라는 세 가지 직분을 가지신 분으로, 메시아 사역을 위해 이 세 가지 직분에 걸맞은 직책을 수행하신 분입니다.

첫째로, 예수님은 선지자셨습니다. 선지자(先知者) 또는 예언자(豫言者)는 자칫 앞일을 미리 예언하는 자 즉 점쟁이와 같은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하는 사역 중에 미래를 예언하는 사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원래 예언자는 히브리어로 나비(נביא)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대언자(代言者)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예치해두었다가 선포하는 자이므로 예언자(預言者)로 표기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메시지는 사실상 시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구약의 예언서들을 보면, 선지자들의 메시지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예언자는 헬라어로는 프로페테스(προφήτης)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의미는 말을 앞으로 토해낸다(forthtelling)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예언을 하는 것(foretelling)을 넘어 더 광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선지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달하시고 가르치실 뿐 아니라 친히 말씀 자체가 되시는 분입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제사장이시며, 제사장들의 제사장인 대제사장이십니다. 신약성경의 레위기로 일컬어지는 히브리서는 대제사장으로서의 예수님의 사역에 상당한 분량의 지면을 할애해서 다각적으로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백성들을 향해 서서 메시지를 전하는 선지자와는 달리 제사장은 백성을 대표해 하나님을 향해 서서 백성들을 위한 중보사역을 수행하는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로서 인류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사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영원한 제물이 되셔서 희생당하심으로 우리의 죄를 ‘단번에’(once for all) 대속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의 우편에서 우리를 위해 친히 간구로 중보기도를 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셋째로, 예수님은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서 우리의 유익을 위해 의롭고 선한 통치를 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성령님을 통해 우리를 성화시키시며, 우리의 구원을 견인(堅忍)해주시고, 삶 가운데 인도자와 보호자로서 우리에게 각종 혜택을 베풀어주십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선정에 힘입어 그의 백성인 우리가 이 땅에서 영육간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작은 예수’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삼중적 사역을 성실하게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그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2:9)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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