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베드로의 신앙고백

성경에는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신앙고백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고백은 아마도 마태복음 16장에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시자 베드로는 지체 없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이러한 신앙고백에 감탄하신 나머지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고 극구 칭찬하시면서 마침 그의 이름의 뜻이 반석인지라 바로 이 신앙고백의 반석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겠노라는 약속까지 해주셨습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식사조차 하실 겨를 없이 밤낮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던 예수님이 스승을 따라다니느라 덩달아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을 제자들을 데리고 모처럼 시간을 내어 군중들을 뒤로 하고 멀리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휴양을 떠나셨습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수양회 내지는 MT를 떠난 셈입니다. 미국에 와 보니 Retreat Center라는 시설 간판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의 기도원과 비슷한 성격의 수양관이었습니다. ‘retreat’는 퇴각, 은신, 피난 등의 의미가 있으니 사실 수양관은 도심이나 평소 지내는 지역에서 좀 떨어져 있어야 제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 일행은 제대로 된 리트리트를 가지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은 만년설이 녹아 요단강의 수원을 이루는 헤르몬산 기슭으로서 수양회를 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님이 개고기를 즐기셨다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평안도 방언으로 개를 ‘가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개 사러’ 빌립보에 가신 게 아니겠느냐는 죠크입니다.

이곳에서 예수님 일행이 얼마 동안 묵으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모처럼 한적한 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날들의 추억담이며 그 동안 바빠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로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을 것입니다. 아마 거기에서 오간 대화들만 모두 기록해도 상당한 분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거두절미하고 영양가 있는 엑기스만 추려서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3년간의 공생애를 총정리하시는 심정으로 제자들에게 물어보십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물음에 더러는 순교당한 세례 요한이 환생해서 돌아왔다고 하고, 더러는 죽지 않고 승천한 엘리야가 강림했다고 하고, 혹 어떤이는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나 다른 선지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하더이다.”라고 자기가 들은 대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하는지가 궁금하신 게 아니라 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물음에 대해 항상 남보다 나서기를 좋아하고 입 빠른 베드로가 이번에도 대표격으로 나섭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다른 제자들 가운데 누가 어떤 고백을 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베드로의 고백만으로도 예수님은 너무나 흡족하셨습니다. 아마도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양 무릎을 치시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표정이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고백할 수 없는 고백이었기 때문입니다.
며칠간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텐데 유독 이 한 가지 사건만 기록으로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 신앙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누구신가? 달리 말하면, 우리가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믿고 있는가? 이것이 기독교 신앙의 요체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예수님을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와 같은 반열에 세워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예수님은 사기꾼이거나 광인(狂人)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하나님 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교묘하게 속인 희대의 사기꾼이 아니면, 자신이 정말 하나님이라고 착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 둘 중의 어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볼 때 어느 것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주장하시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은 한 마디로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Ιησους Χριστός εστίν)”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도들은 “날마다 성전에 있든지 집에 있든지 예수는 그리스도라 가르치기와 전도하기를 쉬지 아니하였다”(사도행전 5:42)고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Ιησους Χριστός εστίν, Jesus is Christ)라는 신앙고백에서 ‘이다’(be 동사)에 해당하는 ‘εστίν’이 생략되어 ‘예수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 ‘예수’는 이름이요, ‘그리스도’는 메시야(구세주)라는 칭호입니다. 마치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식의 표현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로마 당국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물고기 그림을 암호로 사용했습니다. 그 이유는 Ιησους Χριστος Θεου Υιος Σωτηρ(이에수스 크리스토스 데우 휘오스 소테르,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말의 첫 글자들을 모으면 그리스어로 ΙΧΘΥΣ(익투스)가 되는데, 이 단어가 물고기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주는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기독론)로 인해 생긴 이단이 가장 많습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인간인 동시에 완전한 신’(True Man True God)으로서 양성을 지니신 분이기에 가장 오해의 소지가 많습니다. 일찍이 요한 사도는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요한일서 2:22) 이단들을 경계할 것을 권면한 바 있습니다. 모름지기 기독교인이라고 자처한다면 적어도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믿음만은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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