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인생의 짐



인간은 누구에게나 짊어져야 할 인생의 짐(burden)이 있습니다. 아무런 짐도 지지 않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작든 크든, 가볍든 무겁든, 잠시든 평생이든 자기 나름의 인생의 짐을 지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우선 각자 개인적으로 져야 할 짐이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6:2은 “각각 자기의 짐을 지라” 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한 가정을 두고 보더라도, 가족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님은 먹고 살기 위해 ‘생계형 배우’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노라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윤며들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은 각기 제 몫을 제대로 감당해야 가정이 건실하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에베소서 2:19에는 교회 온 성도들이 ‘하나님의 권속’(members of God’s household)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가리켜 ‘큰 가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교회 식구인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기 자기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할 때 비로소 건강한 교회로 든든히 서갈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교회든 건강하면 성장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성장은 건강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입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건강하면 자라지 말래도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최근에 교회성장학에서 교회의 건강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6대주 32개국의 다양한 교회 천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교회성장 이론을 분석·정리한 『자연적 교회성장』(Natural Church Development, NCD)이 크리스티안 슈바르츠(Christian A. Schwarz)에 의해 일반에 공개된 후 교회진단을 의뢰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저서의 핵심 내용인즉, 교회가 성장하는 가장 기본적 원리는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자연적 성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마가복음 4:28에서 예수님은 ‘씨뿌리는 자의 비유’와 관련해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All by itself the soil produces grain)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을 근거 구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체생활에서 자칫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나 하나라도’라고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한비자(韓非子)의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말 중에 “천길 방축(千丈之堤)도 개미 구멍에 무너지고, 백자 높이의 큰 집(百尺之室)도 아궁이의 불씨에 타버리고 만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잠언 17:14(“다투는 시작은 둑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즉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시비를 그칠 것이니라”)도 같은 내용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모두 다 사소한 것을 소홀히 여기다가 자칫 큰 화를 자초하게 됨을 경계하는 교훈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작은 것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시곤 했습니다. 얼핏 좁쌀영감처럼 쪼잔한 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나 인생사를 훤히 꿰뚫고 계시는 인생의 대스승의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것에 충성스러운(성실한, faithful) 자가 큰 것에도 충성스럽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사성어 중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심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온하게 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유교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는 말입니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군자의 도리가 중시되는데, 흔히들 무릇 군자라면 가정을 희생시키더라도 사회와 국가를 위해 큰 뜻을 펼쳐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이 교훈이 먼저 자기수양과 가족 챙기기를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고 순서가 있으며, 큰 일은 작은 일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얼핏 작은 일로 치부되기 쉬운 ‘자기 짐 지기’를 성실하게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의 짐까지 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내 몫에 태인 짐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여력이 있다면 그들의 짐까지 나누어 져주는 것이 바로 크리스천이 감당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6:2)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여기에서 사용하는 짐은 각자가 져야 할 개인적인 짐과는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어의 의미상 이 짐은 ‘공동체의 짐’을 의미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이지만 교회도 공동체입니다. 신앙공동체입니다. 특히 이 말씀은 전후 문맥을 헤아려볼 때 소위 낙심신자들에 대해 성도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죄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죄(crime, sin)가 아니라 허물(fault)이라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잠시 신앙의 자리에서 이탈해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한 낙심신자들을 나 몰라라 방관하거나 심지어 정죄하는 대신 온유한 마음으로 바로잡아 회복시켜주어야 한다(restore)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법’ 곧 사랑의 계명(요한복음 13:34-35)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도 연약한 존재요, 따라서 언제든 신앙적으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으니 스스로 다 된 줄로 알고 자만해서는 안 되며, 늘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살펴보아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권면도 늘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