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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공정한 잣대

미국에 오래 살면서 연방정부 공무원까지 지내셨던 정운복 박사께서 『미국, 미국인, 미국사회』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그 책에 보면 미국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세 가지 정신이 있는데, 바로 Care, Fair, Share 정신입니다. Care 정신은 어린이, 여자, 노약자,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신을 말합니다. Fair 정신은 인종이나 신분, 그리고 빈부귀천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든지 공평하게 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리고 Share 정신은 재물이든 시간이든 재능이든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는 봉사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신은 성경의 가르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 중에서도 특히 구약성경을 보면 그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세 부류의 무의탁자들, 즉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에 대하여 특별하게 보호하는 규율들이 많이 있습니다.

(신명기 24:14-15) “곤궁하고 빈한한 품꾼은 너희 형제든지 네 땅 성문 안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를 학대하지 말며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 진 후까지 미루지 말라. 이는 그가 가난하므로 품삯을 간절히 바람이라.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지 않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네게 죄가 될 것임이라.”

이 규례는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from hand to mouth)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신명기 24:16-17) “아버지는 그 자식들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요 자식들은 그 아버지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각 사람은 자기 죄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할 것이니라. 너는 객이나 고아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지 말라.”

이것은 연좌제를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법 집행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이 외에도 재판관들이 뇌물을 받고 굽은 판결을 해서는 안 되며,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하나님 앞에서 죄악임을 누누이 역설하고 있습니다.

(레위기 19:9-10)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이 말씀은 절대빈곤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적 장치로서, 요즘으로 말하자면 최저생계비를 염두에 둔 옛날식 사회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세 기둥 가운데 공평(fairness)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기회는 평등(equal)해야 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꼭 같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결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All are equal before the law.)고 말할 때 바로 그 ‘평등’입니다. 스포츠에서 open tournament는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프로든 아마추어든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적이나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하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시합을 말합니다.

그러나 공정 내지는 공평은 평등과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꼭 같은 기회가 주어져도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에 있어서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와 게으른 자를 꼭 같이 평가하는 것은 공평한 처사가 아니라 오히려 불공평한 처사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공평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각기 따로 떼어놓고 볼 게 아니라 서로 인과관계로 엮어진 한 묶음의 패키지로 보는 게 바른 관점일 것입니다. 이것은 법 적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하며, 그 판결도 당연히 정의로워야 합니다. 성별, 신분, 지위고하, 빈부귀천에 따라 어떠한 유불리나 차등이 없이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원고나 피고의 사정에 따라 원칙 없이 이중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특수한 상황에 따라 예외적으로 정상을 참작을 할 수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일정한 원칙에 따라 형평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이 가난한 자라고 무조건 봐주는 것도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언 19:15)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할지니라.”

이번 한국의 4.7 보궐선거는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해외언론까지 관심을 가지고 집권당의 패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뉴욕타임즈(NYT)는 참패원인으로 Cho Kuk(조국)과 naeronambul(내로남불)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국’은 “흙수저(dirt-spoon)와 금수저(gold-spoon)로 대변되는 과정의 불공정과 정의롭지 못한 결과, 그리고 ‘내로남불’은 타락한 정치인들의 위선 즉 이중잣대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특히 ‘이대남’(20대 남자)의 분노투표를 이끌었고, 그 결과로 야당인 국민의 힘이 기대 이상의 어부지리를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선거가 우리 개개인에게 늘 공정을 마음에 품고 실천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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