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원만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열쇠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인간은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연결해보면, 원만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열쇠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결론을 뒷받침해주는 믿을만한 연구가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버드대학의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팀의 소장이며 이 연구의 총책임자인 의대 정신과 교수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 박사는 724명의 소년들을 대상으로 장장 75년간에 걸쳐 그들의 삶을 추적조사한 결과를 2015년에 공개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75년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간관계(Relationship)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대상으로는 하버드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과 보스턴 지역의 가난한 소년들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을 2년마다 인터뷰하면서 부모의 직업, 건강상태, 가정생활, 사회적 성취, 친구관계 등 삶의 전반을 추적했습니다. 건강검진도 함께 실시했습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할 때는 행복의 조건으로 대부분 부와 명예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50대에 접어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인간관계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뽑은 것입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자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요, 뇌 건강을 위시해 신체 건강도 매우 양호했고 또한 장수의 복도 누렸습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관계의 양’보다는 ‘관계의 질’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테면,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친구보다는 친밀도가 높은 몇 명의 친구가 있는 게 더 좋다는 것입니다. “Everyone’s friend is nobody’s friend.”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삶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조건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남은 운명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말인 것 같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가 태어날 때 처음 만나는 대상은 부모입니다. 그런데 부모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명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라면서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는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서 효자가 될 수도 있고, 그런 노력을 게을리해서 불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제자매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요, 친인척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부부의 만남도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아내에게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었은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태복음 19:5-6)고 말씀하셨습니다. 설령 부부의 만남이 운명적 만남이라고 해도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역시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만남들 외에도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 이런저런 이유와 목적으로 만나는 모든 만남이 어찌보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섭리적 차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관계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삶을 뜻하는 한자 ‘생’(生) 자를 파자(破子)하면 소[牛]가 외나무 다리[一]를 건너는 형국입니다. 그만큼 우리 인생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겠죠. 우리의 삶은 온통 위기와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윗자리를 차지하는 요인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일 것입니다. 때로는 잘못된 인간관계로 인해 위기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부부가 헤어지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혈연의 정을 끊기도 하고, 형제자매들간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우애가 깨어지기도 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직장에 돌연 사표를 던져 경제적 위기를 맞기도 하고, 그토록 돈독했던 우정에 영영 금이 가기도 하고, 애지중지 서로 보듬어주던 이들이 다시는 꼴도 보기 싫은 철천지 원수가 되기도 하는 등 관계의 위기를 맞이할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행복한 인생을 원하는데, 자칫 잘못된 인간관계로 인해 삶이 배배 꼬이고 뒤틀려져 실패와 불행과 고통의 쓴맛을 보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특히 이민자의 삶을 살다 보면 남모르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언어장벽과 인종차별 외에도 알게 모르게 당하는 불이익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힘겹고 고단한 이민생활에서 인간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신이 괴롭고 삶이 피곤해지며, 나아가 건강마저 해치게 됩니다. 한 마디로,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삶의 질도 덩달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든지 화목한 인간관계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잠언 15:17)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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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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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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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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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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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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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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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인(sign)이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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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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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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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냐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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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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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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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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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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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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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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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역설(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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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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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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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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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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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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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복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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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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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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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
248 |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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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
247 |
스트레스 지수, 감사지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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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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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감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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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5 |
245 |
예수님의 모형⑦: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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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
244 |
예수님의 모형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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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
243 |
예수님의 모형⑤: 의식(儀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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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
242 |
예수님의 모형④: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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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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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모형③,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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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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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모형②: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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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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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모형①: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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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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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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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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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의 미덕 = Labor Day(노동절)를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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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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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진실성 - hiuskorea 창간 5주년을 축하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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