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코로나 사태의 교훈(3): 탐욕

이번 코로나 사태가 주는 세 가지 교훈 중에서 겸손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상고해보았습니다. 미물 중의 미물인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연약하고 무능한 모습을 우리 자신에게서 발견하면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생활 전반에 걸친 폐쇄(lockdown)와 집콕(Hunker down)으로 말미암아 인간관계의 불편함과 소원해짐을 체험하면서 평범한 일상(normal)에 대하여 새삼 감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보려고 하는 ‘탐심’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이상명 박사가 쓴 “코로나 사태가 주는 교훈과 신학적 메시지”라는 제목의 칼럼을 인용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 싶어 일부분만 인용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펜데믹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다. 인간의 자연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 빈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될 수 있는 바이러스는 갈수록 늘어날 테고 보다 많은 변종 바이러스가 생길 확률은 고조된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 감염병은 사향고양이나 낙타와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천산갑을 중간 숙주로 하여 인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병원균들마저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을 정도로 세계는 더욱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현시대의 교통 혁명은 바이러스 폭주로 이어진다. 현재 지상에는 5만여 곳의 공항, 3,200만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 110만 킬로미터 이상의 철로, 해상에는 수십만 척의 크고 작은 선박들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엄청난 양의 물자를 실어 나른다. 이전에는 한 지역에서 발생하여 기생하거나 사라지던 바이러스들이 교통 혁명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두가 연결되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지만 세계는 온갖 병원균들이 뒤섞이는 거대한 용광로가 된 지 오래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자행한 자연 착취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펜데믹으로 몰아가고 있다. 삶의 터전인 지구가 우리 인간으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바이러스의 행태다. 코로나19는 우리 생의 터전, 자연을 돌아보라는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게 보내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이 칼럼에서 이상명 목사는 인간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생태계를 훼손하고 교란하는 인간의 행태를 가리켜 ‘탐욕 바이러스’라는 신랄한 표현으로 매우 적절하게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고 자연은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과 파괴는 되풀이될 것이며, 인간이 자연에 대하여 적대적일수록 자연은 몇 곱절로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에 케임브리지대학과 하와이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00년간의 기후변화로 중국 윈난성 등 남부 지역과 라오스와 미얀마 등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열대 사바나 환경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학술논문지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얼마 전 북극 한파로 인해 텍사스주에 몰아친 폭설과 섭씨 영하 20도 이상의 혹한은 환경보호를 등한히 한 결과로 빚어진 기후재앙의 한 모습에 불과합니다. 이런 기후재앙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또다시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파리기후조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되돌려 집권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조약에 재가입하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은 썩 잘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창세기 3:17-19은 인간의 타락과 함께 대자연도 동반타락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담이 아내 하와의 말을 듣고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불순종의 죄로 인해 땅도 저주를 받아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며, 아담은 평생 땀을 흘리며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8:18-23에서,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구속(救贖)을 기다리며 탄식하듯이, 모든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를 날을 고대하며” 함께 탄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의 성서학자인 우찌무라 간조(内村鑑三)는 이 부분을 주석하면서 “우리가 땅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자연의 탄식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구원은 ‘총체적 구원’(Total Salvation)입니다. 타락한 인간의 구원뿐만 아니라 타락한 자연계도 함께 구원을 받는 것이 궁극적이며 온전한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과 함께 모든 피조물이 구속을 받은 상태에서는 이리와 어린 양, 표범과 어린 염소, 사자와 송아지, 독사와 젖먹이 아이가 서로 해치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루어 사이좋게 지낼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성산(聖山)에서는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이사야 11:6-9).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축복하신 후에 모든 피조물을 잘 관리하라는 ‘자연의 청지기’ 직분을 맡기셨습니다(창세기 1:28). 이것을 문화명령(cultural mandate, creation mandate)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기적인 욕심으로 인해 관리자(manager)의 직분을 망각한 채 마치 자기가 주인인 양 소유주(owner)이신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자연을 함부로 다루며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불순종의 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거주지로 주신 참으로 귀한 선물입니다. 외쿠메네(Ökumene)는 독일어로 인간이 거주하는 육지를 말합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아뇌쿠메네(Anökumene)를 제하면 약 87% 가량이 외쿠메네에 해당되는데, 세계 인구의 자연 증가율에 비추어 볼 때 외쿠메네의 확대가 시급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며,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화성 탐사도 미래에 인류 거주지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행성(planet)인 이 지구를 잘 보존하는 일에 미력이나마 일조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환경지킴이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자연의 청지기 직분을 성실하게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Number | Title | Date |
266 |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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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
265 |
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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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264 |
삶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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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263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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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
262 |
하나님의 사인(sign)이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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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
261 |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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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
260 |
일이냐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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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 |
259 |
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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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
258 |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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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
257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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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
256 |
아디아포라(adiaphora)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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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4 |
255 |
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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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
254 |
새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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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
253 |
성탄의 역설(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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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
252 |
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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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251 |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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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
250 |
다른 복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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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
249 |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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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
248 |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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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
247 |
스트레스 지수, 감사지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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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
246 |
범사에 감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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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5 |
245 |
예수님의 모형⑦: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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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
244 |
예수님의 모형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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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
243 |
예수님의 모형⑤: 의식(儀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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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
242 |
예수님의 모형④: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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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
241 |
예수님의 모형③,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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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
240 |
예수님의 모형②: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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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
239 |
예수님의 모형①: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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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7 |
238 |
전천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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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
237 |
근면의 미덕 = Labor Day(노동절)를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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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