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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교회의 ‘공신력 회복’의 과제



지난 주 칼럼에서 교회의 ‘공공성 회복의 과제’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마지막 부분에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의 공신력(公信力, public trust)을 회복하는 길임을 강조했습니다. 지면 관계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교회가 사회에서 모범이 되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공신력을 회복하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국 교회는 선교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단 시간에 급성장했습니다. 세계에서 교파별로 가장 큰 교회가 대부분 한국에 있을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도덕성의 흠결로 인해 비기독교인들로부터 비난과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비교적 온건한 입장에 서 있는 자들에 비해 더 극렬하게 기독교를 비난하는 소위 ‘엔티 크리스천’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저와 신학교 동기인 어떤 목사님은 서울의 전통 있는 미션스쿨의 교목으로 있으면서 기독교를 비방하는 일에 앞장서며 ‘안티’ 노릇을 했던 자도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는 ‘가나안’ 교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가나안’은 ‘안나가’를 거꾸로 읽은 말로서, 교회에 교적은 두고 있으면서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아예 기독교와 결별하기엔 뭔가 께름칙한 마음이 있어 미련을 가지면서도 정작 교인으로서의 행보는 기피하는 ‘변두리 교인’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Wikipedia 사전에는 이런 부류의 크리스천을 가리켜 ‘unchurched people’이라고 명명하면서, “Unchurched people are people who are Christians but not connected with a church, more specifically, people who do not attend worship services.”라고 구체적으로 정의를 해놓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라는 단체는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고작 32%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30~40대에서 더 낮게 나왔습니다. 이 조사를 주도한 기독경영연구원 정연승 교수는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윤리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2020년도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이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의 신뢰도는 간호사(89%), 의사(77%), 초등학교 교사(75%), 약사(71%), 경찰관(52%), 판사(43%)에 이어 겨우 39%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작년 한 해에 미국 최대 기독교 대학인 리버티대학의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의 성추문을 포함해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스캔들이 목회자의 신뢰 추락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외에도 미국 대선과 관련해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일탈행위를 일삼았던 트럼프를 대거 지지한 것도 목회자 신뢰도 추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정인이 사건’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영된 후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생후 16개월인 정인이가 양모(養母)의 상습적인 학대와 폭행, 그리고 양부(養父)의 방임과 방조로 세 번의 심정지(心停止) 끝에 숨진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정인이는 생후 7개월쯤에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불과 271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으며, ‘정인아 미안해’ 운동으로 퍼져나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 잦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정인이 사건’이 더욱 부각이 되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크리스천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 부부는 기독교 사학 명문인 한동대학교 출신인데다 양가가 다 목회자 가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은 1월 18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논평을 내면서 이 사건은 교회의 도덕성이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자성하면서 동시에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교회가 입을 상처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COVID-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대내외적인 공격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공신력이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나날이 반(反)인륜적으로 치닫는 사회 속에서 어둠을 깨치는 빛처럼, 부패한 곳을 정화하는 소금처럼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그리스도인이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범죄의 주범으로 전락한 사실에 절망감마저 느낀다...반면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실천해왔던 압도적인 구제와 봉사, 사랑과 선행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폄훼되는 일이 너무나 안타깝다.”

예수님은 크리스천을 가리켜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라고 그 정체성(identity)을 분명하게 언명하셨습니다(You ARE the salt of the world...You ARE the light of the world.). 소금과 빛이 ‘되라’고 명령형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소금이고 빛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답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빛과 소금이라는 ‘존재’(存在, Sein)에 걸맞은 ‘당위’(當爲, Sollen)를 삶 속에서 증명해 보여줄 사명이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다. 빛은 숨기우거나 가려져서는 안 되며, 소금은 쓸모가 없어 버림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빛과 소금의 직분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요, 이것을 통해 비로소 실추된 교회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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