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교회의 ‘공공성 회복’의 과제

요즘 들어 '공공성'(commonality), '공공이익'(public interest), '공동선'(common good)이라는 개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금융공공성, 교육공공성, 의료공공성 등 공공성(公共性)이란 용어가 마치 어디에든 갖다 붙일 수 있을 것처럼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공공성이란 말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 이를테면 위정자(僞政者)들에 의해 자칫 오용 내지는 남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일례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사상은 주로 권력자나 지배자의 통치를 위한 이념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지배자의 이익이 ‘공’의 이름으로 둔갑을 하게 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좋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선별해서 잘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봅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주제가 부쩍 자주 그리고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기독교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작년 11월 17일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교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미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와 관련해 공개포럼이 열려 12명의 발제자가 각자 주어진 주제로 발제를 했습니다. 3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교파를 초월하여 목회자, 교수, 전문가, 평신도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제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맞았지만 이 위기를 교회의 본질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을 역설했습니다. 제 1부 포럼의 첫 번째 강의를 맡은 민종기 목사님(충현선교교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회윤리적 책임’을 주제로 발제했습니다.

“전염병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초대교회 시절 안디옥에서도 전염병이 돌았는데, 그 당시 기독교인들은 로마인들처럼 도망가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희망을 북돋아 줌으로써 교회가 놀랍게 성장했으며, 흑사병이 창궐했던 종교개혁 시대에도 교회의 돌봄의 역할은 두드러졌다”고 지적하면서, 교회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속에서 오히려 사회 윤리적 책임, 즉 교회의 공공성에 더 민감해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포문을 연 후 이어진 나머지 6명의 발제자들도 한결같이 ‘교회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제 2부 포럼에서는 각자 전문가의 관점에서 비대면 예배, 선교의 새 패러다임, 교회론과 종말론의 재정립, 차세대 신앙교육, 정신 건강, 디지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의 목회 사역의 변화와 적응을 주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를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억해야 할 핵심 주제는, 코로나19의 원인인 인간의 ‘탐욕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최후의 백신인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통해 하나님 나라 운동에 힘쓰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절실한 과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금년 초 1월 19일에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 지역에서 연례적인 신년 목회자세미나가 열렸는데, 이 세미나의 주제는 코로나19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강사 중 한 분인 김구원 교수님이 ‘구약의 관점에서 본 목회’라는 주제로 강의하면서 마지막 부분에 ‘공공성’에 관해 언급을 하면서 한국 교계의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는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집단적으로 공익에 반대되는 행위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강남의 한 교회가 그 교회의 재원과 인맥을 활용해 시(市) 공유지를 예배당의 일부로 점용(占用)하는 건축을 한 것이다. 또 큰 교회들이 리더십을 아들에게 이양함으로써 일반사회가 소중히 생각하는 공정의 개념을 무너뜨린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교회에 대한 탄압으로 여기고 일부 교회들이 여기에 불응한 것들이다. 지금 이야기한 예들에 시시비비를 다툴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교회가 공공성이 없는 한갓 이기적인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목사님은 공공성과 관련해 유대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한 가지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주기도문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키두쉬 하셈’(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앙생활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기독교인의 증인과 대사(ambassador)로서의 사명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몸소 살아냄으로써(living out) 세상 사람들에게 여호와의 도를 가르치는 것(teaching by example)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 말씀대로 살면서 이웃과 사회에 하나님의 살아계심 즉 하나님의 임재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인 바이든이 실추된 미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회복하여 다시 세계의 지도국가로 서기 위해 국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내외에 산재한 현안 문제들을 원활하게 해결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The United States must lead not just with the example of power, but the power of our example.). 기독교가 공신력(公信力)을 잃어버릴 때 ‘모범’이 될 수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기독교가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과제는 다름 아닌 공공성의 회복임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0:33)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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