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마지막이 아름다운 인생

평소 제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 준비를 하면서 달달 외웠던 영어 문장 중에 “All is good that ends well.”이라는 문장이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All's Well That Ends Well』에서 따온 문장인 것 같습니다. 같은 내용의 독일어 버전은 “Ende gut, alles gut.”입니다. 이 문장에 덧붙여 제가 좋아해서 함께 암송했던 문장이 또 하나 있는데, “He who laughs last laughs best.”(마지막 웃는 자가 가장 잘 웃는 자이다.)라는 문장입니다. last와 best가 각운을 이루는 멋진 문장입니다. 이 두 문장은 『성문종합영어』에서 관계대명사와 선행사에 대하여 설명하는 예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 두 문장은 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저는 신학교에 가기 전에 나름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붙인 별명이 ‘방랑자’(vagabond)였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을 다잡고 전공과는 무관하게 외무고시를 준비했습니다. 1차 고시에 합격하고 본고시인 2차 시험도 상당기간 준비하고 있었는데 끝내 포기하고 신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바꾼 결정적 동기 중에는 마지막 순간에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가슴을 치며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는데···오호통재(嗚呼痛哉)라” 후회한다면 그건 실패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에 미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물음에 대해 제 스스로 찾아낸 답은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가변적인 가치가 아니라 영원토록 불변하는 가치가 무엇일까? 저에게는 그 가치가 바로 기독교 가치관이었습니다. 그래서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서야 이것이 바로 성령님의 감동감화를 통한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믿음이 별로 없었던 그 당시로서는 이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비록 목회자의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으니 저 개인으로서는 이 길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어떤 일이든 마무리를 잘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Deep State, QAnon, Conspiracy Theory(음모론) 등등의 의미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최고 국정 책임자로서 끝까지 이기적인 몽니를 부리며 급기야 폭력을 동반한 국회 불법침입까지 사주함으로써 탄핵의 위기에까지 내몰린 상황을 보면서 이건 분명히 유종지미(有終之美)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재임기간의 국정에 대해서는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었겠지만, 마지막을 이렇게 볼썽사납게 장식함으로써 자칫 그의 공이 다 묻히고 말 상황이 되었으니 그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있는 정당이나 그의 지지자들에게도 누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미련하기 짝이 없는 처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0년 대선에서 그토록 논란이 많았던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결과 부시가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표에서 겨우 한 표를 더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엘 고어는 아름답게 승복을 했습니다. 그 후 환경운동가인 그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업적으로 인류에 공헌했습니다.
이번에 억하심정을 품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마지못해 퇴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에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미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는 우유부단한 정책과 국내 경제정책의 파탄 등으로 인가가 없는 가운데 결국 재선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나 퇴임 후 카터센터를 설립하여 지구촌의 분쟁해결사로서 평화와 인권을 위해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짓기 운동((Habitat)을 벌였으며, 인문학의 융복합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해 후마니타스(humanitas) 칼리지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퇴임 후 왕성하게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침으로써 ‘실패한 대통령’이란 악평을 떨쳐버리고 ‘최고의 전직 대통령’이란 호평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들 말하는 게 아닐까요.
하나님을 믿는 자들도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믿음의 사표(師表)이신 예수님이 친히 ‘마지막이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12:2은 예수님을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분’(the pioneer and perfecter of faith)으로 소개하면서 그 분에게 우리의 눈을 고정시킬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사람을 통해 예수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린도전서 11:1)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아름다운 모범이 많이 있지만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 그가 만년에 했던 신앙고백을 되새겨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디모데후서 4:7-8)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신앙의 마라톤 경주에서 완주한 자의 담담한 고백입니다. 요즘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You Only Live Once.”의 첫 글자들을 모은 말입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 땅에 사는 동안 맘껏 즐기다가 죽는 게 정말 멋진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속적인 ‘욜로’ 인생관 대신 크리스천의 ‘욜로’ 인생관으로 무장해서 단 한 번 사는 일생(一生)을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에 올인함으로써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Number | Title | Date |
266 |
New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
2023.03.25 |
265 |
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
2023.03.17 |
264 |
삶의 우선순위
|
2023.03.11 |
263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
2023.03.02 |
262 |
하나님의 사인(sign)이 있는 자
|
2023.02.25 |
261 |
신의 한 수
|
2023.02.17 |
260 |
일이냐 사람이냐
|
2023.02.11 |
259 |
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
|
2023.02.03 |
258 |
선한 영향력
|
2023.01.28 |
257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잘못
|
2023.01.21 |
256 |
아디아포라(adiaphora) 논쟁
|
2023.01.14 |
255 |
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
2023.01.07 |
254 |
새해를 맞이하며
|
2023.01.01 |
253 |
성탄의 역설(paradox)
|
2022.12.24 |
252 |
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
2022.12.17 |
251 |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
2022.12.10 |
250 |
다른 복음은 없나니
|
2022.12.03 |
249 |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
2022.11.25 |
248 |
자족하는 마음
|
2022.11.18 |
247 |
스트레스 지수, 감사지수, 행복지수
|
2022.11.11 |
246 |
범사에 감사하려면
|
2022.11.05 |
245 |
예수님의 모형⑦: 사물
|
2022.10.29 |
244 |
예수님의 모형⑥: 인물
|
2022.10.21 |
243 |
예수님의 모형⑤: 의식(儀式)
|
2022.10.14 |
242 |
예수님의 모형④: <절기>
|
2022.10.08 |
241 |
예수님의 모형③, '제도'
|
2022.10.01 |
240 |
예수님의 모형②: 사건
|
2022.09.24 |
239 |
예수님의 모형①: 서론
|
2022.09.17 |
238 |
전천후 감사
|
2022.09.10 |
237 |
근면의 미덕 = Labor Day(노동절)를 맞이하면서=
|
202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