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이 칼럼은 2021년 1월 4일 워싱턴지역 한인교회협의회 신년감사예배 및 신년하례식 때 설교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제 46차 워싱턴지역 한인교회협의회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교협’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힘차게 출범했습니다. 오늘 저도 같은 주제로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은 저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최애(最愛) 성경구절 가운데 하나입니다.

(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우리가 겪는 일들을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혀 좋지 않은 경우에도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것들을 혼합해서 좋은 결과로 귀결되도록 역사하신다는 뜻입니다. 한의사는 환자를 검진한 후 여러 다양한 약초들을 혼합해서 약을 조제합니다. 이때 약초들을 하나하나 따로 사용했을 때는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노련한 처방에 따라 조제된 약은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독성은 제거되거나 중화되어 결국 유익하게 약효를 발휘하듯이, 노련한 영혼의 명의가 되시는 하나님은 우리 삶의 모든 정황들을 뭉뚱그려 마침내 좋은 결과를 발휘하도록 역사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성경주석가는 이 구절을 가리켜 ‘하나님의 국수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국수틀에는 모양도 크기도 다른 다양한 밀가루 반죽이 들어가지만, 국수틀을 통과해서 마지막에는 가지런하게 균일한 면발이 되어 나오는 점에 착안한 매우 적절하고 함축적인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우리 앞에 늘 탄탄대로만 놓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웅덩이도 있고 장애물도 있습니다. 캄캄한 터널 안에 갇힌 채 암담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지척을 분간할 수 없어 허우적댈 때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인생에는 원치 않는 고난과 역경이 있게 마련입니다. 고난의 길이와 깊이와 폭이 다를 뿐 어느 인생도 고난이 면제된 인생은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연단하시는 섭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며, 고난까지라도 좋은 결말이 되도록 지혜롭게 섭리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고난을 일컬어 ‘변장된 축복’이라고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매우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요셉의 생애입니다. 그는 정말 부당하게 애매한 고난을 당했지만 그 배후에 하나님의 원대한 인류구원의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요셉의 생애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면 신앙적인 회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마침내 그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으며, 요셉 자신도 꿈의 실현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정만 보고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중도포기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실 좋은 결말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은 악을 빚어 선이 되게 하시는 노련한 전화위복의 연금술사이시며,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바꾸시는 역전의 용사임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신앙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너무나 힘든 한 해였습니다. 해가 바뀌었지만 올해도 상당 기간 사정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에 모두들 심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국을 자처하는 미국도 그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나도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명의 손실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보았으며,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우울증(Corona Blue)이나 코로나 이혼(Covidivorce)과 같은 신조어들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손실과 타격은 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대면 예배로 인해 영적으로도 침체된 모습이 표면적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민목회자들은 그렇잖아도 날로 열악해지는 이민교회의 상황 속에서 교회 출석을 기피하는 소위 ‘가나안’(교회 안 나가) 신자들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서 교회의 미래에 대해 남모르는 고심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의 끈을 단단히 부여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칫 쉼표를 마침표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모와드(Bob Moawad)와 호이징턴(TJ Hoisington)이 공저한 『슬라이드 엣지의 비결』(The Secret of the Slight Edge: How to Get Out of Your Own Way)이라는 책에는 “하나님께서 쉼표를 찍은 곳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문장이 나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당해 스스로 마침표를 찍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충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끔 우리의 삶의 여정에 쉼표들을 찍으십니다. 이 쉼표들은 절망하고 좌절해서 그대로 거기에 쓰러져 있으라는 부호가 아닙니다. 그 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다짐으로 더 높이 더 멀리 뛰어오르는 도약대로 삼으라는 하나님의 메시지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이번에 당한 코로나 팬데믹이 바로 이런 성격의 쉼표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미국에 와서 이제 32년째 살고 있는데, 그 동안 세 번의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2001년의 9.11사태,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리고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입니다. 이 모든 위기 때마다 미국의 외적인 삶의 질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미국 사회가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빌려 표현하자면, 합력하여 선을 이룬 셈입니다.

오늘 우리는 새해를 맞아 감사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위험 중에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진정으로 감사하려면 우리 자신이 신앙적으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오늘 주신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합력하여 좋은 결말을 보여주실 것이라는 이른바 ‘마침내 신앙’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왕관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 모두 믿음으로 승리하여 저 흉측스럽고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십자가(cross)가 아니라 영광스러운 승리의 ‘면류관’(crown)‘이 되는 날까지 잘 버티어낼 수 있기를 믿음의 승리자 되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