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적극적인 감사



빌립보서는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가 로마 감옥에 갇힌 영어(囹圄)의 몸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기록한 옥중서신입니다. 그러한 그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을 진실하게 믿는 자들은 사도 바울께서 감옥에 갇혀 온갖 고초를 겪고 계시는데 우리만 이렇게 안일하게 지낼 수 있겠느냐 하면서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평소 그를 못마땅해 했던 자들도 이에 질세라 공격적으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물론 그들은 순수한 동기로 열심을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로마 당국이 긴장한 나머지 바울을 감옥에서 쉽게 내보내지 않을 것이란 불순한 동기로 복음을 전했던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바울은 어쨌든 결과적으로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며 내심 쾌재를 불렀던 것입니다.

(빌립보서 1:12,18) “형제들아, 나의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



사도 바울은 놀라울 만큼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모든 일을 항상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상황을 뛰어넘어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그의 신앙은 어떤 상황에서도 범사에 감사하는 그의 전천후 신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박국 선지자가 그러했듯이 바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믿음으로 살았던 분입니다. 하박국 선지자는 비록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고,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한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헌신예배에 초청받은 어느 목사님이 설교제목을 불러주었습니다. 설교제목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였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사무원은 나머지 뒷부분까지 마저 불러달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님은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그러자 사무원은 황급하게 “아, 예...알았습니다.” 하고는 통화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당일 주보를 받아본 목사님은 자기 설교제목을 확인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그러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비록 실수로 이런 긴 제목이 나가긴 했지만,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하나님이 나의 목자가 되신다면 그러면 됐지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는 자칫 달걀을 낳아주는 닭보다는 달걀에만 눈이 고정되기가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만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보다는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에만 눈이 고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항상 축복으로만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불평거리, 불만거리를 찾으려면 누구에게나 다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없는 것으로 인하여, 갖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속상해 하며 불평할 게 아니라 있는 것으로 인하여, 가진 것으로 인하여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들의 교회가 있는데, 그 입구에는 “잃어버린 것으로 원망하지 말고 남은 것으로 감사하자!”라는 글귀가 써있다고 합니다. 서양 속담에 “숲에 있는 두 마리의 새보다 내 손 안에 있는 한 마리의 새가 더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교인들을 인솔해서 펜실베니아주 랭캐스터(Lancaster)에 있는 Sight & Sound Theatre라는 초대형극장으로 성극을 보러 여러 번 간 적이 있는데, 가는 도중에 Bird-in-a-Hand라는 도시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숲속에 있는 많은 새들을 다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불평하지 말고 내 손 안에 있는 한 마리의 새로 만족하며 감사하자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은 Thanksgiving Day입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천신만고 끝에 신대륙 아메리카에 도착하여 첫 열매를 수확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축제를 연 것이 바로 미국 추수감사절의 유래인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오는 도중에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여러 번 위기를 맞았지만, 그들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7가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1. 180톤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배이지만 그 배라도 주셨음을 감사합니다.

2. 평균 시속 2마일로 항해했으나 117일간 계속 전진할 수 있었음을 감사합니다.

3. 항해 중 두 사람이 죽었으나 한 아기가 태어났음을 감사합니다.

4. 폭풍으로 큰 돛이 부러졌으나 파선되지 않았음을 감사합니다.

5. 여자들 몇 명이 심한 파도에 휩쓸렸지만 모두 구조되었음을 감사합니다.

6. 인디언들의 방해로 상륙할 곳을 찾지 못해 한 달간 바다에서 표류했지만 마침내 호의적인 원주민들이 사는 곳에 무사히 상륙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7. 고통스러운 긴 항해였지만 도중에 단 한 명도 돌아가자는 사람이 없었음을 감사합니다.

형통할 때만 감사할 게 아니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감사의 조건을 헤아리는 신앙이 이와 같은 적극적인 감사를 낳는 것입니다. 짜증스럽기까지 한 길고 지루한 코로나 상황 중에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이지만 우리 모두 감사할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