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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Why me?’ vs ‘Why not?’



조 바이든이 사실상 미국 제 46대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그의 파란만장했던 가정사가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관심을 끈 기사는 중앙일보의 한 기사였습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수십 년간 간직해 온 조그마한 두 컷짜리 만화 액자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가 29세였던 1972년 상원의원이 되자마자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두 아들도 중상을 입은 후 하나님을 원망하며 슬픔에 빠져 방황하고 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액자에 담아 아들에게 건네준 것입니다. 그는 평소에 이 만화가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하곤 했습니다.

이 만화는 미국의 저명 작가인 딕 브라운이 그린 만화로서 '공포의 헤이가르(Hagar the Horrible)‘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주인공인 헤이가르는 거칠지만 가정적인 바이킹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신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외칩니다. "왜 하필 나입니까?(Why me?)". 그러자 신은 그에게 이렇게 되묻습니다. "왜 넌 안되지?(Why not?)".

바이든은 "내가 낙심해 있을 때마다 아버지는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렴.' 하고 말씀해주셨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 만화를 통해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설상가상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낸 장남 보는 아버지의 정치적 후계자로 장차 미국 최고의 대통령감으로까지 언급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이었지만 뇌암으로 46세에 요절하자 바이든은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그는 이 만화의 메시지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저는 지난 주일 제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 목사님이 유튜브를 통해 마가복음 4:35-41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시는 중에 “고난은 하나님의 통제권 아래 있다. 고난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기적의 한복판, 은혜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강조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본문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성경구절인데,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지나가실 때 너무 피곤해 주무시고 계시는 중에 큰 광풍이 일어나 배에 물이 가득하게 되자 초죽음이 된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웠고, 잠에서 깨어나신 예수님이 바람을 잔잔하게 하신 후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나무라셨으며, 제자들은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에 깊은 경외심을 느끼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칫 예수 믿으면 아무런 고난도 없는 양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이 보여주듯이 예수님이 함께 계셨음에도 거센 풍랑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이 풍랑은 갈릴리 호수의 지리상의 특징으로 인해 돌풍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돌풍이 불어닥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목사로서 특히 목회자들의 가정에 불어닥치는 돌풍에 남다른 느낌이 있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한국 교계에 널리 알려진 김동호 목사님이 올해 5월에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왜 하필 나에게? Why me?“라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일어났지만 곰곰이 묵상하는 중에 ”왜 나라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나? Why not me?“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간증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 믿는 자라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믿음으로 암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청교도 신앙을 회복시키자는 취지로 JAMA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춘근 장로님의 『와이 미(Why me?)』라는 자전적 저서를 읽고 짙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인 최초의 미국 정치학 박사요 교수이며 30대 초반에 장로가 된 저자는 나름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한창 활동을 할 30대에 수술도 할 수 없는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곰곰이 반추하면서 자신의 ‘자기의적인’ 신앙적 교만을 깨닫고 회개합니다. 그래서 이제 그는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격하게 부르짖던 “Why me?”가 아니라 부족한 자신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해 하며 전혀 다른 톤으로 “Why me?”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 지구촌 교회를 오래 동안 섬기시다가 한국에 가셔서 목회했던 훌륭하신 이동원 목사님의 장남이 미국 LA에서 변호사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대장암으로 41세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 목사님은 열 가지 감사의 제목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다고 간증했습니다.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는 호주에서 목회자의 가정에서 두 팔과 두 다리가 없는 선천성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성한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역을 왕성하게 펼치며 온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Why me?”를 외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비록 당신의 자녀라 할지라도 고난 없는(suffering-free) 삶으로만 인도하시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편 119:71에서 시인은 “고난 받는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난과 유익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물리적으로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말이지만, 신앙이라는 촉매제로 인해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신비한 케미(chemistry)를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혹 우리의 삶에 원치 않는 고난이 닥친다 할지라도 문제보다 더 크시며, 모든 문제 해결의 마스터키(Master Key)가 되시는 예수님을 깨울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을 가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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