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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우리 인생의 인도자 되시는 하나님



인생은 흔히 여행에 비유되곤 합니다. 여행을 할 때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가이드가 없다면 지도나 안내 팜플렛과 같은 정보라도 있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매우 편리해졌지만 그래도 가이드나 여행지 정보 책자들이 있으면 훨씬 더 수월하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 플러싱(Flushing)에 사시는 처외삼촌 댁을 방문했습니다. 그때는 아직 GPS가 없었던 때라 지도를 보고 디렉션을 써서 도전을 했는데, 용케도 곧바로 잘 찾아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스스로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는 목회하는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효도관광을 직접 인도했었는데, 제가 미리 사전답사를 철저히 하고 안내를 하니까 어르신들이 매우 안심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제가 부득불 함께 할 수 없어서 다른 분에게 부탁을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제법 긴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흔히들 운전은 길을 아는 게 반라는 말을 하는데, 특히 처음 가는 길을 운전할 때는 무척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온 후 광야에서 40년 동안 유리방랑했던 삶을 가리켜 여행(journey)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광야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초행길이라 그들에게는 여간 힘든 길이 아니었으며, 그래서 안내자가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안내자를 자청하셨습니다.

(신명기 1:30-33) “너희보다 먼저 가시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애굽에서 너희를 위하여 너희 목전에서 모든 일을 행하신 것 같이 이제도 너희를 위하여 싸우실 것이며,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그는 너희보다 먼저 그 길을 가시며 장막 칠 곳을 찾으시고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너희 갈 길을 지시하신 자이시니라.”



신명기는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모세가 광야의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장차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하여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申命記로 표기하는데, 자칫 神으로 알기 쉬우나 사실은 申(펼 신)입니다. 즉 하나님의 율법을 ‘펴서’(풀이해서) 다시 선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그래서 영어로도 Deuteronomy(두 번째 율법)라는 책명(冊名)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세는 지난 40년의 광야의 여정을 회고하며 여호와 하나님을 이스라엘 백성의 여행 안내자로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신약시대의 성도들인 우리는 영적인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우리는 창세 전에 하나님의 예정하신 은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택하심을 입은 하나님의 선민(選民, chosen people)입니다. 출애굽이 어린 양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듯이 우리도 유월절 어린 양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멸망을 면하고 영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집트로 상징되는 마귀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가나안으로 상징되는 천국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요단강 건너 가나안에 이르기까지는 광야의 길을 걸어야만 합니다. 하나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얻기까지 우리는 광야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이집트에서 해방되었으나 고생스러운 광야 길을 걸어야 했듯이, 우리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았으나 이 땅에 사는 동안에는 힘겨운 인생의 여정(life’s journey) 길을 걸어가야만 할 도상(途上)의 존재요 순례자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 혼자서만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닙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친히 앞장서서 우리의 광야 길을 안내하시며 인도해 주실 것을 약속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보다 한 걸음 먼저 앞장서시는 분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 보다 먼저 가셔서 그들이 장막을 칠 곳을 물색하시는 선발자의 역할까지 감당해주셨습니다.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운 막막한 광야에서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길 안내를 해주신 분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고향 갈대아 우르를 떠나 장차 유업으로 얻을 가나안 땅으로 나아갈 때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믿음으로 순종했던 것은 하나님께서 그의 길을 인도해주실 것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실 때 ‘한 번에 한 걸음씩’(one step at a time) 인도하십니다. 내비게이션은 한꺼번에 목적지에 이르는 길들을 다 보여줄 수 있지만, 막상 길 안내를 할 때는 한 번에 한 자락씩만 안내해줍니다. 하나님도 우리의 인생길을 훤히 다 알고 계실 테지만 한 번에 한 단계씩만 인도해주십니다. 내비게이션은 편리하긴 하지만 때로 우리를 엉뚱한 길로 안내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름길이 있는데도 멀리 돌아가는 길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저는 어느 분의 장례식에 가는데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도 반대 방향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한 시간이나 헤매다가 가까스로 마지막 뷰잉 순서에만 참여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허지만 우리 하나님은 틀림없는 분이기에 전적으로 신뢰해도 좋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시는 대로 착실하게 따라가기만 한다면 실패도 실수도 없으신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궁극적인 목적지인 본향까지 무사히 우리를 데려다주실 것입니다.

내 가는 길 주께서 앞장서서 사랑의 손길로 인도하네

나는 비록 약하고 흔들려도 사랑의 주님만 바라보네

내 가는 길 다 주장하시는 주 본향으로 날 인도하시니

그 언젠가 내 삶 끝날 때까지 매일 매일 나 주만 따르리



***** 칼럼의 내용은 본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