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가만히 보면 바이든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가서 수도 키예프를 포위하고 있지만 이 전쟁을 둘러 싼 정세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닷새째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 등 주요 도시 진입을 위해 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진격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전화 통화 뒤 회담을 벨라루스 남부 국경 지역을 흐르는 프리퍄티 강 인근에서 회담을 여는 데 동의했다. 지역 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오전 부터 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이 러시아가 그동안 오랫동안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즉각적인 종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전황을 보면 일단 러시아가 키예프를 쉽게 점령 못하고 있다. 대평원 지대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파죽지세로 몰고 들어가던 러시아 군대가 막상 수도 키예프 앞에서는 주춤거리게 된 것이다. 푸틴은 민간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수도를 점령하려면 시가전을 벌여야 한다. 민간인 피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피해가 있어도 대량 피해가 일어날 수 있고, 지금 SNS 시대에 그런 피해는 전 세계로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그냥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가면 우크라이나가 바로 항복하고 무릎 꿇을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수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가 결사항전 체제로 들어갔다. 대통령도 미국의 망명 제안을 거부하고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전쟁의 특성 상 숨어서 방어하는 측과 자신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측 중에 공격하는 측이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이 불리함을 전력과 무기 체계로 극복하고 침략군이 방어군보다 희생을 덜 낼 수 있는 유일한 군대는 지구상에 미군 밖에 없다.
이제 키예프에서 시가전을 벌이면 러시아 군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이고, 민간인 피해도 급증하면서 국제적인 여론전에서 푸틴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론을 등에 업고 바이든은 러시아에 대한 제제를 입맛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주변 정세 또한 푸틴의 뜻대로 안 흘러가고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설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켜? 국력도 이제 별 볼일 없는 종이호랑가...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푸틴이 정말로 전쟁을 일으키다니. 미치광이이가 된것이 아닌가 하며 나토 가입에 회의적이었던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토 가입을 고려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정도만 해도 이미 미국은 소기의 목적을 다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기회에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중재해서 막음으로써 외교적 승리를 거둬 보겠다고 나섰던 프랑스의 마크롱만 체면을 구긴 형국이 되었다. 결국 전쟁을 막지 못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그럴 리 없다고 했던 전 세계의 수많은 회의주의자들이 무색하게끔 푸틴은 미국의 말 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그 전쟁의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당장 오늘이라고 항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후처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의도한 대로 러시아 꼭두각시 정부를 세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과거 친러 정부가 있었지만 다 부패 혐의로 국민들 지지를 잃어 러시아로 도망가고 했다. 설사 세워 놓아도 다음 선거에서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전체를 러시아에 통합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내전을 각오해야 하고 나토와 군사적 충돌이 안 일어난다고 보장 못한다. 유럽이 전쟁을 피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러시아가 군사적 행동을 좀 강하게 할 수 있었지만 유럽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러시아가 과연 유럽과 전쟁할 능력이 되는가가 문제이다.
냉전 시대의 각종 무기, 특히 재래식 무기들은 돈이 없어 방치해 둔 덕에 거의 다 녹이 쓴 고철로 변했고, 러시아의 국력은 한국보다도 GDP가 낮아 전비를 조달할 여유가 없다. 나토와 전쟁을 하면 푸틴의 정치 생명은 그냥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러시아 내에서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미국은 당장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제를 시작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제제를 가할지 모른다. 그것은 전적으로 여론에 달렸는데, 키예프 시가전이 시작되면 러시아에 대한 여론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푸틴이 그 동안 중동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흑해에서 서유럽 함정들에게 위협적인 군사적 도발도 하는 등 미국에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 왔는데, 그게 점점 수위가 높아지면서 마침내 인접국가를 침공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는 행동을 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기화로 국제 서플라이 체인을 재조정하고, 금융, 특히 가산자산에 대해 입맛대로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러시아를 핑계로 가산자산을 쓸모없게 만들어 거기에 들어간 달러화를 손도 안 대고 처리해 버릴 수도 있고, 비축유를 풀어서 인플레를 잡을 기회도 생겼고, 더 나아가 바이든의 정치적 이념 때문에 막았던 셰일가스의 생산 재개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고 얘기된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