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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펜데믹 장기화에 따른 근로기피와 미전역의 몸살



펜데믹 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노동 기피현상, 직장에서의 사직 열풍이 심각하다. 특히 교통, 청소, 교육 분야등 공공 부분에서의 이런 현상과 실생활과 밀접한 요식업 유통업에서의 구인난 때문에 미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시와 로스엔젤레스 에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 있고 워싱턴 디씨에서는 지하철인 메트로가 대부분 멈췄고 뉴저지 몬마우쓰에서는 일부 학교가 휴교상태에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만 자발적으로 사직한 노동자가 452만7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10월(420만 명)에 이어 두 달 연속 400만 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90만 명이 실업 상태인데 노동자를 찾는 일자리는 1060만 개에 달하는 등 일자리 수급 불균형 또한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직종에서부터 시작된 구인난의 파장이 곧 고임금 직종으로도 번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음식점에서만 92만 명의 직원이 일을 그만뒀다. 2020년 11월(56만 명)보다 약 65% 늘었다. 음식점 등 레저업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9.2달러로 모든 직업군 중 가장 낮았다.

교통(27.2달러), 식품 등 비내구재 제조업(27.6달러)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교통 분야 퇴직자 또한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한 18만 명이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 퇴직자 또한 25% 늘어난 29만3000명을 기록했다.

정보기술(IT), 금융 등 고임금 직종과 달리 저임금 직종의 퇴직이 더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불고 있는 대사직, 즉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오는 노동자가 급증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으로 일과 생활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막대한 보조금으로 어느 정도 생계도 보장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움츠러들었던 경제가 회복되면서 일자리를 찾는 수요도 늘어났다. 그러니 굳이 힘들고 어려운데 돈까지 적게 받는 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런 기저위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상당수 미 주요 도시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대중교통 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다. 버지니아주의 스프링힐 역은 워싱턴에 직장을 둔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버지니아 북부와 워싱턴 도심을 잇는 전철인데도 지상 플랫폼에는 전철을 기다리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전광판에서는 연신 오렌지색 글씨의 안내문이 흘러 나오고 있단다. ‘전철 상당 지연 예상. 메트로 버스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하시오.’》

워싱턴 메트로 측은 “안전점검 등으로 앞으로 3개월간 전철 서비스 감축이 더 이어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단다. 실은 30퍼센트 가량의 결근과 이직 때문이다.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는 1400명의 메트로 버스 운전기사 중 150자리가 비어 있다. 마찬가지로 뉴욕, 로스앤젤레스, 필라델피아, 시애틀 등에서도 메트로 버스 기사의 10%가량이 공석이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보너스를 내걸고 신규 기사를 채용하거나 은퇴한 기사를 다시 채용하고 있다.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은 최근 신규 운전기사 채용에 4000달러(약 480만 원)의 보너스를 걸었다.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 역시 버스기사의 초급을 시간당 4달러에서 21달러로 대폭 높였다. 여기에 2500달러(약 300만 원)의 보너스까지 추가로 내놨지만 여전히 기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식당, 커피숍 등 서비스업과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마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내 일부 지점의 영업을 임시 중단하거나 모바일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직원이 부족한 지점이 늘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영업시간을 10% 줄였다.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 치폴레 역시 일부 매장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구인난 도미노 현상으로 공급망 교란 위기 또한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WP에 따르면 서부 애리조나주의 10개 식품 가공공장에서 직원 공백으로 생산에 극심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동부 매사추세츠에서도 직원들이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결근해 생선 가공식품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전역의 교사 노조도 공무원 노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명감보다는 자신의 안전이 먼저라고 강변하고 있다.

실제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더라도 일부 감염자는 완치 후에도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D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경제활동인구(15∼64세) 2억300만 명 중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은 1억300만 명이다. 약 3분의 1인 3100만 명이 코로나19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현재 매일 평균적으로 160만 명이 코로나19 증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일 것으로 추산했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크게 줄인 이민자 유입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일부작 일일불식, 말라는 어느 옛 스님의 말이 생각 나는 것은 일부의 마음만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