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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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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자가 당착인 일본정부의 사도광산 문화 유산 등재 시도

[caption id="attachment_57979" align="alignnone" width="1320"]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 기타가와 선광장 터 (사도 광산) © 뉴스1[/caption]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2월 1일 추천한다.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구상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이 비판해 왔지만, 기시다 내각은 자국 내 여론과 정치적 이해 관계 등을 우선시해 추천을 강행한다.

일본 정부는 1일 열리는 각의에 사도 광산 추천 건을 보고하고 각료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제출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거점이 있는 프랑스 파리 시간으로 내일인 1일이 추천서 제출 마감일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UNESCO World Heritage Site 는 유엔 문화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1972년 11월 지정한 것이다. 세계 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문화 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 유산,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합한 복합 유산그리고 기록유산으로 구분된다.

문화 유산은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 즉 창조적인 재능의 걸작품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일정한 시간에 걸쳐 혹은 세계의 한 문화권 내에서 건축, 기념물 조각, 정원 및 조경 디자인, 관련 예술 또는 인간 정주 등의 결과로서 일어난 발전 사항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유산으로 한정돼 있다.

또 자연 유산은 특별한 자연미와 심미적 중요성을 지닌 빼어난 자연 현상이나 지역, 생명체의 기록, 지형 발달과 관련하여 진행 중인 중요한 지질학적 과정, 또 지구사의 주요 단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해양 생태계와 동식물군의 진화 및 발달과 관련하여 진행 중인 중요한 생태학적, 생물학적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요건이 정해져 있다.



전세게에서 약 8백 30여 유산이 지정돼 있는데 유럽 및 북아메리카434 아시아및 태평양 177곳으로 돼 있다.

한국의 경우 불국사 석굴암과 불국사 (1995) 종묘 (1995) 창덕궁 해인사 장경판전 (1995) 수원 화성 (1997) 한국의 서원 (2019) 한국의 갯벌 (2021) 등 10여곳, 기록유산까지 합치면 50개로 나와있다. 북한에는 고구려 고분군 (2004) 개성역사유적지구 (2013)두곳이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은 히메지 성 (1993) 호류지 지역의 불교건조물 (1993) 시라카미 산지 (1993) 고도 교토의 문화재 (1994) 그리고 최근 군함도 등 10여곳이 자연유산으로 등재 돼 있고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 독립기념관 (1979) 하와이 화산공원 (1987)등 30여곳이 지정돼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대에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천하기로 함에 따라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에 이어 또다시 역사왜곡을 시도하려는 일본 정부를 한국을 비롯 중국과 주변 나라들이 일제히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일본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로 에도시대에 수작업 기술로 금을 대규모 채굴했다는 등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태평양전쟁 전후 조선인 강제동원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사도 광산은 일제 강점기에 전쟁 물자 등을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으며, 일제는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인을 대거 동원했다. 태평양전쟁 전후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이 2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확인됐다.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제한하려는 것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군함도 논란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지난해 7월 약속 이행 권고를 받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어기면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니 어이가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신중했다. 등재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강경파의 전방위 압력으로 급선회했다. 아베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여론도 찬성이 앞섰다. 한국이 내년 하반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에 도전하면 등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등 강경파의 공세에 밀려 또다시 과거사 문제에서 퇴행하다니 유감스럽다. 총리가 바뀌어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실망스럽다.

이제 한국 정부와 민간이 할 일은 분명하다. 향후 일본의 공세에 맞서 모든 외교력과 민간 영향력을 동원해 사도광산의 역사적 사실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 세계유산 등재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사도광산은 조선인·중국인·연합군 포로 등 피해자가 다양한 군함도와 달리 동원된 사람도 조선인뿐이다. 빈틈없이 대응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시도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문화의 수도인 뉴욕과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도 적극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