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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유독 작은 전쟁에는 약한 미국과 한국의 안보



아프가니스탄은 참 불행한 나라이다. 예부터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지역이라 전략적 요충지여서 강대국들이 탐은 내지만, 엄청난 지하자원이 뭍혀 있음에도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해 내는 게 없어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전쟁에는 휘말리면서 먹을 건 없는 그런 곤궁한 삶을 살았던 지역이었다.

911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 미국은 그 테러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으로 쳐들어갔다. 미국의 군사력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도는 손쉽게 점령이 가능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자 빈 라덴은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넘어 갔고, 결국 거기서 미국 특수부대에 의해 살해당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명분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침공해 놓고 나라가 엉망이 되었는데 그냥 나오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놓고 철군하기로 미국은 방침을 정했다. 1조 달러 이상을 쓴 이유가 그것이었다. 하지ㅣ만 이는 패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후폭풍으로 취임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얘기된다.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아프간 내 아비규환 상황으로 국내외에서 거센 역풍이 몰아치면서 지지율도 뚝뚝 떨어지는데다 친정인 민주당에서까지 매서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판을 다독이며 진화에 고심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국정 어젠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다. ‘유일한 수퍼파워’ ‘냉전의 승리자’ 팍 파스 아메리카나의 지배자 등 미국을 가리키는 표현은 많다. 그런데 실제 전쟁 성적표를 보면 초라하다.



뉴욕주립대의 역사사회학자인 리처드 라크먼 교수는 “1945년 이후 미국이 싸운 주요 전쟁 한국‧베트남‧걸프‧이라크‧아프가니스탄 중에서 명백한 승리는 아버지 부시 때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격퇴하는 제한적 목적의 전쟁이었던 1991년 걸프전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초경량급’인 도미니카 공화국(1965)‧그레나다(1983)‧파나마(1989)를 침공해 이겼다. 이밖에, 시리아‧예멘‧리비아 등에 미군을 파병했다가 내전에 휩싸이고 아무 성과 없이 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2월 “내가 고교, 대학 때는 모두들 ‘우리는 절대로 전쟁에서 안 진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무지 이기지 못한다. 계속 토하듯이, 계속 싸우기만 한다”며 “앞으로 지겹게 이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왜 수퍼파워 미국은 더 이상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의문이 제기된다. 라크먼 교수는 그 원인을 ▲전쟁 양상이 변했는데도 첨단무기 개발에만 집착하는 미 국방부 ▲전사자 수에 대한 미국 사회의 민감한 반응 ▲전쟁 지역 국민들과의 괴리 등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지금도 2차 대전 같은 전쟁은 성공적으로 싸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1945년까지 주요 전쟁을 모두 이겼다. 모두 국가 간 전쟁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치르는 전쟁의 90%가 반군 진압과 같은 내전, 이른바 작은 전쟁이다. 분석가들은 그런데도 미국은 아직도 전쟁을, 유니폼 입은 양쪽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맞붙어 점수를 내고 끝나면 승리해 귀가하는 ‘수퍼볼’처럼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적군이 유니폼도 없고, 승리를 정의하기도 어렵고, 미국이 승리하는 ‘끝’을 예상하긴 더욱 힘든 작은 지역 전쟁이다.

따라서 미군에게 절실한 것은 이런 전투에 이길 전술 개발과 훈련, 값싸고 단순한 무기들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 장성이나 관리들은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첨단 무기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된다.

이번에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는데, 지난 세기 베트남에서의 실수, 점령군의 실수를 다시 저지른 것이다. 좀 다루기 힘들고 마음대로 못 해도 정말 민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권을 세우고 그 정권을 도와주어야 궁극적으로 그 나라를 친미 국가로 만들 수 있는데 대부분 점령군은 자기네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그들로 정권을 세운다. 그들이 왜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겠는가? 자국 내에서 지지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지세력이 약한 건 정권을 잡을 명분도 없고 부패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부패는 놀랄 수준이었다. 30만 명의 군대를 유지할 돈과 장비와 물자를 지원했는데 실제로는 6만 명의 군대가 있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그나마도 제대로 급료를 안 주고 부려먹었다. 20년 동안 1조 달러 이상을 썼는데 그 돈들은 대부분 권력자들이 이웃 나라에 부동산 투자하는 데 다 쓰였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나 그들의 군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돈은 돈대로 쓰고 인심은 인심대로 잃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전면적으로 철군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세상이 되었다.

이는 그 지역의 국제 정세에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며 우리 한국을 비롯해 대만 독일등 미국의 힘의 의존하고 있는 분쟁 국가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우리 한국은 더 첨예하게 반응 할 수밖에 없다. 벌써 부터 한국과 아프칸은 전혀 다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해서 논란이 가속되고 있다.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물리적인 군사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보더라도 정부군은 당초 미국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보다 병력과 장비 사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 무엇보다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실종되면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설령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세를 보이는 적에 대해서도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안보다. 무엇보다 그간의 성적표에서 보듯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미국이 작은 전쟁에서는 끝내 승리하지 못했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