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안동일 칼럼

강남중 기자

안동일 프로필


뉴욕 K 라디오 방송위원, 재외동포저널 이사, 하이유에스코리아 칼럼니스트



차제에 아시안 혐오방지 특별법 제정을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한인동포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직접 우려를 표할 정도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미국 전체를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갈랜드 법무장관, 레이 FBI 국장과도 전화로 이번 사건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역사상 첫 아시아계, 첫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우리 누구든 어떤 형태의 증오에 직면했을 때 침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희생자와 유가족을 언급한 뒤 “내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위로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 로버트 롱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고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주장했다.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건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와 맞물려 발생했다.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이러한 흐름을 상당히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이번 사건을 접하는 시각이 타 커뮤니티와 다른 것은 오랜 시간 걸쳐 미국에 뿌리 내리고 있는 반아시안 정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전 세계에 타전된 장문의 분석기사에서 ▶1870년대 천연두 발생 당시 아시아계가 공중 보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1882년 ‘중국인 배척법(The Chinese Exclusion Act)’이 제정됐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를 집단수용소에 구금했고 ▶1982년 중국계 빈센트 친이 두 명의 백인에게 폭행, 살해된 사건 등을 반아시아계 사건으로 꼽았다.

AP통신은 “이러한 사건들은 아시아계는 ‘영원한 이방인(perpetual foreigner)’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며 “이번 조지아주 총격 사건에 대해 아시아계들이 두려움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아시안 차별 특히 여성에 대한 성인식과 왜곡은 연원이 오래된 일이다. 특히 ‘페이지법’이라 불리는 ‘중국인 배척법’에는 미국에 입국하려는 모든 동아시아 여성을 성노동자로 간주하고 이민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후 태평양전쟁, 한국전, 월남전을 통해 미국 남성들에게는 왜곡은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소셜미디어 등에는 아시안 증오 범죄, 특히 아시안 여성에 대한 법죄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해시태그(#StopAsianHate)가 확산되고 있다. 아시안태평양연합회(APAC) 역시 트위터를 통해 “반아시안 폭력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소식으로 인해 아시안이 부쩍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가운데 이번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당국이 용의자의 주요 범행 동기로 ‘성 중독’이나 성격및 정신장애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연쇄살인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종교 활동과 성 중독, 인종 차별적 언행이 한 데 뒤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언론들은 롱이 조지아주 밀턴의 크랩애플 퍼스트 침례교회를 다녔다고 전했다. 롱은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 저녁, 선교 여행 등에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 중독 치료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롱과 함께 성치료 재활시설에서 생활했다는 한 남성은 롱이 시설에 있을 때 “병이 다시 도졌다.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가게에 갔어야 했다”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CNN에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대중의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소수자 중 소수자인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타이완계 테드 루 민주당 하원의원이 적절한 비유를 했는데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능성 있는 하나의 동기가 다른 동기들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음식 중독 집착을 가진 살인자가 한국 음식점 종업원들만 쏜다고 가정해보라. 그건 거의 틀림없이 인종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의 그레이스 맹 의원과 주디 추 민주당 하원의원등은 은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발언에서 “우리는 인종적 동기에 의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하거나 다시 이름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 정치권에서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우리 한국계를 비롯해 아시아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것에 대해 격한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