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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 3: 로비스트는 어떤 사람들일까?

로비로 세상을 바꾸는 나라 3: 로비스트는 어떤 사람들일까?


워싱턴에만 로비스트 2만명 활동. 연방 상하원의원 절반이 로비스트로 변신. 워싱턴 K 스트릿의 모습
# 백악관 인근의 로비의 거리 K Street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세 블록 떨어진 K Street.
워싱턴에서 제법 높은 10층 안팎의 빌딩들이 즐비한 이 거리는 늘 북적댄다.
특히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거나 의회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국제적인 이슈가 대두해도 이 거리의 공기는 뜨거워진다.
CIA나 국무성 같은 정보기관이나 연방 정부가 들어선 곳도 아닌데 왜 이 거리는 정치와 경제, 외교에 민감한 촉수를 들이대는 걸까.
그것은 바로 이 K 스트릿이 미국 로비업계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에서 도보로 10분, 의회까지도 30분이면 당도하는 이 거리의 빌딩들에는 수많은 로비회사와 대형 로펌들이 입주해 있다.


k 스트릿의 빌딩들에는 많은 로비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 집권당에 따라 로비스트 주가도 달라져

미국에서 로비업계는 입법, 행정, 사법, 언론에 이은 ‘제5부’라 불린다.
백악관이나 의회 권력이 바뀌면 정책도 변화하는 만큼 로비의 세계도 부침을 겪는다. 가령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 공화당 출신의 로비스트들은 입지가 좁아졌다. 친 기업 성향인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 기업들은 공화당 출신 영입에 나섰다.
의회도 민주, 공화 중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따라 로비스트들의 주가도 달라진다. 그래서 로비를 이해해야 미국 정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누가 로비스트가 되나

워싱턴의 로비스트(lobbyist) 숫자는 2만 명을 오르내린다. 상원과 하원에 등록되지 않은 로비스트 수를 합하면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로비스트로 뛰는 이들은 전직 연방 상하원의원이나 보좌관, 전직 행정부 관료, 변호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의회나 행정부에 인맥이 많고 입법과정과 절차, 정책의 생산과 결정 등 작동방식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 그룹인 셈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연방 상원의원들의 절반가량이 의원직에서 물러난 후 로비스트로 변신했다. 연방 하원의원의 경우도 42%가 로비스트가 되었다. 2명 중에 1명꼴로 로비업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의원직을 그만둔 뒤 업계의 이익을 위해 불과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의원들에 로비를 펼치는 그 폐단을 ‘회전문(Revolving Door)’이라 부르기도 한다. 문을 열고 나왔는데 다시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 의원님들이 로비스트가 되는 이유

그럼 왜 국회의원들이 볼썽사납게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걸까. 그 답은 결국 돈벌이다. 자신의 경력을 밑천으로 짭짤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연봉 15만 달러를 받았다면 로비스트로 변신하면 1백만 달러는 거뜬히 받고도 남는다. 10배가 넘는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경력이나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만약 그가 의회에서 말빨을 세우던 정치인이었다면 그의 몸값은 당연히 올라간다. 이 바닥에도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전관예우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게파트(Richard Andrew Gephard)라는 유명 정치인이 있었다. 흔히 딕 게파트로 불리는 그는 1977년 하원에 진출한 이래 14선을 하면서 민주당 원내총무에서 하원의장까지 지낸 거물이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 그는 이듬해 정계에서 물러난 후 로비회사를 차렸다. 게파트 그룹이다. 터키 정부가 그의 고객이었고 보잉사도 그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대만 정부가 2017년 대미 로비 활동을 위해 332만 달러를 썼을 때 계약한 로비회사 중의 하나도 게파트 그룹이었다.

K 스트릿에는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 베이너 하원의장의 변신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존 베이너(John Boehner) 전 하원의장이다. 2011년-2015년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지낸 그는 2015년 17만4천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오랜 기간 의회에서 명성을 쌓고 공화당의 원내대표에 하원의장을 지낸 관록에 로비업계는 주목했다. 그가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로비회사들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듬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로비회사인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는 베이너 전 의장의 영입을 발표했다. 그는 전략 고문으로 합류했다.
이 로비 회사는 오랫동안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을 대표해 국방수권법안(NDAA)과 미국-대만, 미국-홍콩과의 관계, 남중국해, 인권 등을 포함한 미 의회업무에 관련된 자문을 제공했다.
베이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담배 회사인 레이놀즈 아메리카에 연봉 40만 달러를 받는 이사로 영입됐다. 그가 하는 일은 ‘로비’다. 2019년에는 전국대마초원탁회의란 단체의 의장에 선임됐다. 로비를 위한 단체다.

# 로비스트의 경쟁력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고달프다. 지역구와 워싱턴을 오가며 개고생하던 의원들이 로비스트로 변신하면서 100달러를 호가 하는 스테이크와 고급 와인을 마시며 업계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사정이 이러니 워싱턴포스트는 ‘연방 의사당은 K스트릿으로 가는 디딤돌’(Capitol Hill a Stepping stone to K Stree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의원들의 로비스트 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퇴임 후 1~2년 동안 변죽만 울리다가 워싱턴 무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의원 출신 로비스트들도 부지기수다. 경쟁이 그만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로비가인 K 스트릿.



# 미국이 로비가 활발한 이유

미국에서 로비 활동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활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50개 주의 연방 공화국이다. 즉 50개의 상이한 법과 제도, 관습을 가진 나라의 연합체이다. 그만큼 각종 제도와 법,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다 미국이 세계의 정치경제의 중심이다 보니 각국의 이해관계에 얽힌 일도 많다. 자국의 정부가 나설 수 없는 일을 누군가 대신 해줘야 한다.
또 백인만의 나라가 아니다. 흑인, 스페니쉬,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더군다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미국사회를 구성하기에 그들의 사용 언어와 문화 등도 상이하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산다.
그러니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로비스트들의 존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게 바로 미국의 헌법이다.
1791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국민이 평온한 집회를 하거나, 억울한 일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하는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청원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청원권을 바탕으로 이익단체들의 로비활동은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