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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뭐 욕하면 벌금이 250불이라고?: 미국의 욕설금지법


한국에서 입양된 청소년과 청년들이 양부모들과 함께 모국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한국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욕설문화에 대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

# 한국 청소년들의 욕

‘존X’, ‘씨X’, ‘개XX’, ‘엄X’, ‘엿 먹어라’
한국의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다섯 가지 욕설이라고 한다.
한국을 갈 때마다 지하철이나 학교 근처에서 만나는 어린 청소년들의 대화를 들으면 거북해진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욕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욕은 있었다. 그런데 주로 불량 학생들이 자기 과시나 위악적으로 보이기 위해 하는 욕이 많았다. 요즘은 초등학생들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데 충격을 받았다.
더 놀란 것은 어린 청소년들의 그런 욕설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 조지 워싱턴의 욕설 금지 명령

그런데 미국의 어떤 주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욕을 하다 걸리면 수백 달러의 벌금까지 물게 한다. 내가 사는 버지니아 주가 대표적이다.

미 초상화 박물관에 전시된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

그 시초는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이었다. 13개 식민지가 독립선언을 발표한 1776년 7월4일의 한 달 뒤 그는 군인들에게 “욕설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영국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훈련 받지 못한 군인들을 조련하는 과정에서였다.
그 후 버지니아 주는 남북전쟁 직전인 1860년 욕설 금지 법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1달러의 벌금을 책정했으며 지금은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하다 적발되면 경범죄로 처리돼 최고 25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입 뻥긋 잘못 했다가 주머니가 털리는 것이다.



# 농부 의원의 욕설금지법 폐지 추진

지난 250년 동안 버지니아에서는 이 욕설 금지법이 아무 탈 없이 존속돼 왔다.
그런데 2017년 말, 이 법안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버지니아의 한 농장

목장을 운영하는 농부이기도 한 웨버트 마이클(Webert, Michael J.)라는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공화당)이 주인공이었다.
“1,400파운드나 나가는 소와 씨름하다 보면 입에서 갖은 욕설이 튀어나온다. 좋지 않은 버릇인 줄은 알지만 이를 범죄로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농부 출신다운 취지였다.
그는 “욕설 금지법안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자신만만하게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두 차례나 그의 법안은 본 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좌절했다.
동료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욕설 금지법안의 비현실성에는 수긍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욕설을 장려할 수 있다”는 비난을 두려워해 슬그머니 발을 뺐다.
불발된 또 다른 이유는 욕설 금지법이 시위 현장에서 적극 가담자를 가려내 체포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해 10월 진보성향의 미디어 소속의 한 기자가 시위현장을 취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지나친 욕설을 해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인권에 관한 시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욕설 금지법으로 적발된 버지니아 주의 주민 숫자가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 카운티에서 2015년부터 2년간 3명이 욕설금지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다.



# 미시건 주의 욕설 경범죄

미국의 중북부로 오대호와 연한 미시건 주에서도 욕설금지법이 있었다. 이 욕설금지법(anti-swearing law)은 1897년 제정되었는데 여성이나 어린이의 면전에서 욕설이나 저주를 퍼부을 경우 경범죄로 벌금형에 처해지는 것이다.

오대호의 모습. 마치 바다처럼 수평선이 보인다.

그런데 티모시 조셉 부머라는 28살 먹은 청년이 이 욕설금지법의 대상이 되었다. 그가 카누를 타다가 바위에 부딪혀 화가 나자 2명의 자녀를 데리고 지나가던 부부에게 심한 욕설을 해댔다.
그에게는 주 치안당국에 의해 벌금 75달러와 4일간의 아동보육시설에서의 봉사 명령이 내려졌다.
그는 이에 불복했고 2002년 미시간 주의 항소법원은 “만일 한 마디 욕설을 한 사람을 이런 식으로 기소한다면 경범죄 전력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미시간 주의 욕설금지법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05년 만에 위헌판결을 받은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욕설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욕을 금지하는 법안 자체가 언론 및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 미국의 모든 주에서 욕설금지법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욕이 개인적, 사회적 불만에 대한 배설구가 될 수도 있지만 욕이 만연한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명언이 생각난다. “그 나라의 문화수준은 언어가 바로미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