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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미국에서는 어떤 세금을 낼까?


미국 연방 국세청 건물

# 인생에서 피해갈 수 없는 두 가지

인생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가장 확실한 두 가지는 뭘까?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명답을 내놓았다.

“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바로 죽음과 세금이다.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돈을 버는 누군가는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3월이 오면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변한다. 바로 다음 달인 4월15일이 세금보고(Tax Report) 마감이기 때문이다.

이때쯤이면 주머니에 가뭄이 들고 매일 붐비던 식당가도 한산해진다. 전년도에 벌어들인 소득과 낸 세금을 항목별로 세금보고를 하는데 필요한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골머리를 앓는다. 자칫 잘못 하면 세금을 더 내든가, 세무 감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봉급을 받는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번 연방정부와 자기가 사는 주 정부에 급여명세서인 W-2 Form 등을 제출하고 세금보고를 하게 된다.

연방 국세청 건물 입구

이 세금을 거두는 악명 높은 정부기관을 ‘IRS(Internal Revenue Service)’라 부른다. 즉 국세청이다. 연방 재무부 소속의 ‘IRS’는 직원 수만 9만 명이나 되는 방대한 공룡 기관이다.

물론 연방 외에도 주(State), 카운티(County), 시(City) 등 지방 정부에서도 독자적으로 세금을 징수한다.



# 잭팟도 복권도 예외 없다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반드시 따라 붙는다. 이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조세원칙이다. 그러니 흡혈귀처럼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2013년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부부가 산책하다 큰 나무 밑에서 깡통 6개를 발견했다. 이 부부가 열어보니 그 안에는 19세기에 주조된 금화가 1천500개가량 들어 있었다. 금화의 가치는 1천만 달러로 평가됐다.

횡재한 부부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이었다. 39.6%의 연방세와 13.3%의 주세를, 그러니까 무려 53%의 세금을 내야 했다.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날아간 것이다.

손지창 장모의 카지노 잭팟 사건도 한때 미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손지창 하면 1990년대에 가수 겸 탤런트로 유명했던 잘 생긴 스타였다. 부인 역시 오연수란 이름난 탤런트다.

그 손지창의 장모가 미국을 방문했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자그만치 1천만 달러였다. 그런데 잭팟을 터뜨린 것보다 더 화제를 모은 건 세금이었다.

막상 세금을 떼고 돈을 수령해보니 1/5정도밖에 안 된 것이다. 1천만 달러가 2백만 달러로 왕창 줄어든 것이다.

카지노 입구

잭팟을 터트려도 미국 정부와 나눠먹어야 하는 것이다. 동전 놓고 즐기는 슬랏머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200불 이상 돈을 따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복권도 예외가 없다. 몇 년 전 인디애나 주에서 메가밀리언 복권을 산 사람이 5억4천만 불이란 엄청난 거액에 당첨됐다. 졸지에 인생역전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IRS는 우선 전체 당첨금의 25%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했다. 또 연방세로 39.6%를 떼 갔다.
졸지에 남은 돈은 2억2,95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기가 사는 주의 소득세와 지방정부 세금도 내야 한다. 이것이 전체 당첨금의 15%가량 된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억7천250만 달러밖에 안 되었다. 5억4천만 불에 당첨됐는데 막상 1/3밖에 못 건지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의 세금부서



# 수영황제 펠프스가 집에 오니

세리(稅吏)들이 얼마나 깐깐한가 하면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에서 4관왕을 달성한 수영선수가 있다. 바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다.
그가 금메달의 목에 걸고 감격에 겨워 미 국가를 목청 터지게 부르고 집에 돌아오니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세금 고지서였다.

미국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주는 포상금을 수입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포상금뿐만 아니라 보너스와 스폰서십으로 얻은 수익도 모두 납세대상이 된다.

크리스 락이란 흑인 코미디언이 있다. 그가 오죽하면 “여러분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걷어 가는 것이죠.”란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나라가 뺏어간다는 말이다.

이런 유머도 있다. 죽음을 앞둔 한 사업가가 친구에게 말했다.
“빌, 약속해주겠나.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주게나.”

친구가 물었다.
“화장한 뒤에 나온 유골은 어떻게 하면 좋겠나?”

그러자 그 사업가는 말했다.
“봉투에 담아 국세청에 보내주게나. 그리고 봉투 겉면에다 이렇게 써줘. 이제 몽땅 가져 가셨군.”

2020년 1분기에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사상 최대인 2천909명이나 됐다. 세금 공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에 살고 있어도, 해외에 나가 있어도 세금의 칼날은 피할 수가 없다.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세금으로 다 뜯기니 차라리 미국 국적을 버리려는 것이다. 물론 부자들의 이야기이지만 국적마저 포기하기겠다는 그 심정은 어떤 것일까.
선거 때만 되면 가장 첨예한 이슈가 바로 세금이다. 공화당 후보들의 경우 종종 감세 정책을 꺼내 비장의 무기로 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세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냈다. 2017년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에 이은 이른바 ‘감세 2.0’이다. 이번에는 중산층 감세가 목표다.

막대한 재정 적자 탓에 의회 통과 가능성은 작지만, 감세 공약을 앞세워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세금 부서 창구



# 어떤 세금을 내야 하나?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연방 정부에 자기가 사는 주 정부에 세금을 낸다. 세금으로는 대표적인 연방세(Federal Tax)인데 소득세, 사회보장세, 소비세 등 개인이 납부하는 세금이다.
미국과 해외에서 발생한 모든 수입을 보고해야 하는데 세율은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두 번째로는 각 주별로 부과하는 주세(州稅, State Tax)가 있다. 연방세 보고가 4월15일이지만 주세 보고 마감일은 늦은 편이다. 버지니아 주의 세금보고는 5월1일이다.

세 번째로 자기가 사는 카운티(County Tax)나 시(City Tax)에서 부과하는 재산세, 교육세 등 다양한 종류의 세금이 있다.

납세자는 법인과 개인으로 구별된다.
지난 한해 동안의 총수입을 신고하는 개인 소득세(income tax), 재산세(Property Taxes), 사업자의 경우 영업세(Business taxe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