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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국칼럼

강남중 기자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정치·행정 수도이다. 워싱턴 지역 동포사회 또한 이런 프레임에 벗어날 수 없어 한국 정치와 민감하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방미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한미 간 풍습과 제도적 차이점을 매주 월,화 【리국 칼럼】으로 전해드린다. 필명인 리국 선생님은 재미 언론인으로 오랜기간 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기자이다.



미국 공무원들은 얼마나 벌까?: 일반 공무원들의 연봉

미국 공무원들은 얼마나 벌까?: 일반 공무원들의 연봉


# 한국 공무원들의 인기

몇 해 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경기도 지역의 모 도시의 C 시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마침 그 식당에서는 공무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화제가 얼마 전에 새로 뽑은 신참 공무원들로 옮겨갔다.

“요새 공무원들은 예전에 우리 때와는 천지 차이입니다. 이번에 선발된 친구들도 40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재들입니다. 전부 대학을 나온 데다 외국어도 잘 하고 스마트해서 저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9급 공무원 응시자들은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대다수였다. 대학 졸업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민간 기업과 임금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의 직장’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 직종이라고 한다. 월급은 대기업에 비해 낮지만 다양한 베네핏이 있는데다 큰 사고만 안 치면 평생직장이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 주 정부 공무원들의 연봉

그럼 미국의 공무원들의 연봉과 대우는 어떨까. 물론 미국에는 연방과 50개 주, 시와 카운티 등 다양한 행정조직이 있고 그들의 직급과 역할, 급여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워싱턴 DC 인근의 지방 공무원들을 비교해보자.
비영리 싱크 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연방 센서스국과 주 정부 자료를 토대로 2020년에 작성한 보고서가 있다.

이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의 공무원들 중에서 대학 졸업자 이상이 받는 평균 연봉은 6만4천343달러다.
또 대졸 이하의 공무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2천224달러다.
학력에 따라 2만2천 달러 가량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세금 부서에서 민원인들을 맞고 있다.



# 민간 부문과의 급여 차이는


그러면 이들 공무원들과 같은 업무를 하는 버지니아 주의 민간부문의 경우와 비교하면 어떨까.
민간 부문 대졸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0만1876달러다. 공무원들보다 30% 이상 더 많이 받는 것이다.

버지니아 주정부와 카운티 등 지역정부 공무원의 경우 동일한 업무를 하는 민간부문 직장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20% 정도 임금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서도 공무원과 민간 부분의 연봉 차이가 한국처럼 확연하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외청으로 사회복지 관련 부서들이 입주해 있다.

# 미국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안 하려는 이유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무원들이 박봉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 보니 대학교를 마친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는 걸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다. IT 기업이나 웬만한 기업체에 들어가면 훨씬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버지니아의 주립대학인 조지 메이슨대를 나온 Y 군도 부모가 안정적인 직종인 공무원을 권했지만 일반 기업체를 택했다.

“물론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긴 해요. 그래도 대학 나와 연봉 8만 달러 이상을 받는데 들어간 친구들이 많은데 공무원이 되면 저만 4만 달러 조금 넘는 연봉 받고 일하는 게 싫었어요. 친구들과 비교도 되고 자존심도 상하고요.”

버지니아 주 공무원의 임금은 다른 주에 비해 더 짠 편이다. 그 이유는 공무원이 파업에 참가할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사실상 단체 행동권을 박탈한 법률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업무를 하는 버지니아 주 교통국(DMV)의 민원 창구.

# 여성, 흑인이 훨씬 많아

상대적으로 박봉이다 보니 버지니아 주의 공무원 중에서 남성과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격히 낮은 편이다.
전체 주 공무원 중에서 여성이 절반이 넘는 57.5%나 된다. 민간 부문의 경우 여성 비율은 41.8%다.
또 백인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흑인 공무원 비율이 20.9%로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관청에 출입할 일이 거의 없다. 운전면허증이나 차를 사고팔았을 때 교통국(DMV) 사무소에 들르거나 세금 문제나 인허가와 관련해 관련 부서를 찾는 정도다.
DMV에서 볼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구에 앉아 있는 공무원들의 성별, 인종별 구성을 실감할 것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사무실 모습.



# 연방 공무원들 연봉은 얼마일까?

이에 비해 연방 공무원들의 연봉은 훨씬 높은 편이다. 미국의 연방 공무원 수는 약 200만 명인데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8만3,000달러이다. 물론 계산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집계기관마다 다르긴 하다.

8만불이 넘는 연봉이면 같은 직종의 민간 기업보다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지방 공무원들과도 차원이 다른 따뜻한 철밥통이다 보니 연방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연방 공무원의 약 94%는 풀타임(Full Time)이다. 즉 정규직이다. 그리고 여성 비율이 44%로 지방 공무원에 비해 남성이 더 많다. 장애인도 6.7%가량 된다.

그리고 절반이 조금 넘는 51%가 대학 졸업자 이상이며 평균 연령은 47세다. 연령이 비교적 높은 것은 한국처럼 공채시험을 통해 젊은이들을 선발하는 게 아니나 부서별로 필요할 경우에 주로 같은 직무를 다뤄본 경력자를 우선 뽑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학을 마친 청년들이 들어설 자리가 거의 없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64%로 가장 많고, 흑인이 18% 등이다. 연봉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성별이나 인종별 구서에서도 지방 공무원과 차이가 나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버지니아 주 애난데일의 의용소방대 전경.

# 공무원들의 베네핏

한국처럼 저축한 돈이 제법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공무원들도 매달 벌어 전부 쓰는 지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백악관과 의회의 충돌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일어나면 한 달만 월급이 밀려도 쩔쩔맬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공무원은 나중에 웃는다고 한다. 젊어서는 기업 등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적은 급여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만 은퇴할 무렵이면 역전된다.

연방이든, 지방이든 공무원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연금 등 각종 베네핏이다. 20년 근무 후 은퇴하면 가장 많았던 해의 연봉 80%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은퇴 전에 매달 5천 달러를 받았다면 그만 둔 뒤에도 매달 4천 달러를 가만히 앉아서 받는 것이다. 본인이 사망 시에는 배우자에게 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다만 배우자가 55세 이전에 재혼하면 혜택은 중단된다.

또 1년에 한 달 가까운 휴가에 병가 휴가 13일이 보장된다. 여기다 건강보험, 생명보험의 혜택도 주어지고 자녀의 학자금 융자도 도와준다. 특히 짭짤한 부수입도 있다. 초과수당 등이다.

# 연봉 1억 넘게 버는 공무원도 수두룩

2017년에 지역 언론인 WTOP가 조사를 해보니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공무원 중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 공무원들이 천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무원 중 오버타임이나 보너스 등 다른 급여를 포함해 1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공무원은 1,700여명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대부분이 소방관과 경찰, 셰리프들이었다.



소방관들은 오버타임 수당으로 고액 연봉자가 많다.
직종 별로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고액 공무원들이 포진된 곳은 소방국으로 868명이나 됐고 뒤이어 경찰 562명, 셰리프 190명 순이었으며 911 근무자 27명, 커뮤니티 서비스 보드 26명, 경제개발청 12명, 패밀리 서비스 11명 순이었다.

그러니까 기본 연봉 외에도 초과근무 수당 등으로 부수입을 챙긴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정년퇴직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관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한국처럼 60세가 되면 보따리를 싸지 않아도 된다.
건강이 허락되고 자신이 근무할 의지만 있으면 70세가 훌쩍 넘어서도 계속 다닐 수 있다.
정년 없는 공무원, 요즘 시대에는 꿈의 직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