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환경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코이의 법칙’은 환경과 성장의 관련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단골 예화입니다. 관상어의 일종인 코이라는 잉어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라고 강물에다 방류하면 90~120c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꼭 같은 물고기인데도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기르면 자그마치 1미터에 가까운 대어가 됩니다. 저는 손바닥만 한 좁은 뒤뜰에서 화분을 이용해 네댓 가지 채소를 기르고 있는데, 필요할 때 시장에 가지 않고도 손쉽게 먹을 수 있어 제법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어떤 화분 흙을 쓰느냐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차이가 납니다. 지출을 줄이느라 좀 저렴한 흙을 사용하면 영락없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절감하곤 합니다. 이왕 하는 것, 값이 별 차이도 없는데 좋은 흙을 사서 쓸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막상 당하면 본능적으로 한 푼이라도 값싼 흙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올해도 꼭 같은 아쉬움을 느끼며 벌써 후회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입니다. 코이금붕어처럼 환경에 따라 잠재력이 발휘되는 정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1미터나 되는 성장 잠재력이 한 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인간은 평생 자기 뇌의 10%도 쓰지 못하며, 천재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조차도 15% 이상을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6%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에 와서는 단지 1% 이하로 확 줄어들었으며, 뇌과학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최근에는 단지 0.1%에 불과하다는 믿기 어려운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아직 인간의 잠재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이 평생 자신의 뇌 기능의 많은 분량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두뇌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최신 여러 연구들에 의해 뇌신경이 외부 자극을 통해 성장하고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인간의 지능이 환경과 노력에 따라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기 몸의 백 배 이상 높이를 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타고난 벼룩도 오랫동안 작은 유리병 안에 가둬 두면 나중에는 그 유리병 높이 이상으로 점프하기 힘든 것처럼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마는 것입니다. 강철왕 카네기는 "평균적인 사람은 자신의 일에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능력의 25%를 투여하므로 50%를 쏟아붓는 사람들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100%를 투여하는 극히 드문 사람들에게는 고개를 숙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부여해주신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며, 어린이의 경우는 어른보다도 환경의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게 되므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린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가정환경일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활동 반경은 주로 가정과 학교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가정입니다. 그리고 가정은 자녀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활공간입니다. 그런데 가정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는 물론 부모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고, 편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환경에서도 어린이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든 좋은 영향을 끼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로서 또는 양육자로서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범을 보이는 교육 즉 ‘모델링(modeling) 교육’ 방법입니다. 우리는 때로 ‘속담 비틀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는 속담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혀가 짧아 ‘바담 풍’이라고 발음할 수밖에 없는데, 자녀에게는 ‘바담 풍’ 하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어미 게가 옆걸음질하면서 아기 게에게 ‘너는 똑 바로 걸으라’고 가르치는 것도 학습 이론상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제가 학습과 관련해 좋아하는 말 중에 “Children learn not by words but by deeds.”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말로써가 아니라 행위로써 배운다”는 뜻입니다. ‘words’와 ‘deeds’의 운율이 귀에 깊숙이 박혀 기억하기도 쉬운 말입니다. 우리 속담에 “흉보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아이들은 심지어 어른들의 행태를 못마땅해하면서도 은연중에 닮게 되므로 늘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인들의 교육 방법으로 늘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쉐마교육’입니다. 이 교육 방법은 신명기 6장 4-9절의 말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로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
원래 히브리어 원문에는 “들으라, 이스라엘아"라는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쉐마’는 ‘들으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일반적으로 자녀의 신앙교육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말씀을 자세히 뜯어보면, ‘먼저’ 부모가 하나님 말씀으로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자녀들을 신앙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에베소서 6장 4절은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고 권면하고 있는데, 자녀들이 부모에게 노여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부모가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강요하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모범을 보일 때 자녀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부모를 존경하며 닮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부모들에게 별로 달가운 말은 아니지만, “문제 아이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우리 모두 마음속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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