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가족이 곧 가정이다

가정(home)은 집(house)이라는 건물이 아닙니다. 집 안에 가족들이 모여 살 때 비로소 가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가족만큼 소중한 관계도 없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가족보다 더 소중한 친구도 있을 수 있고 이웃도 있을 수 있으나 인류 전반을 대상으로 생각해보면 가족이 가장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정’ 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품어 주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 연상되지만, 현실에서는 그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상처와 아픔을 주는 곳, 그래서 차라리 잊고 싶은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 제도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친히 제정하신 신성한 기관이므로, 인간은 이 가정 안에서 자신의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받아들임으로써 참다운 인간으로 완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참인간이 되는 출발점은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가족은 나에게 무엇인가 유익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가족은 피로 맺어진 혈연관계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한 피 받아 한 몸을 이룬 혈연공동체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차원에서 말한다면, 결혼이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언약적 예식이기 때문에 결혼으로 인해 탄생하는 가정과 가족관계도 엄연히 언약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도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이미 가족의 유대(solidarity)가 강고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의 가르침이 널리 전파된 이후에는 가족 유대감이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찬송가 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예수, 같은 주로 섬기나니,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여 친구들이여. 한 몸같이 친밀하고 마음으로 하나 되어 우리 주님 크신 뜻을 지성으로 준행하세.”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됨으로써 한 피를 나눈 혈연관계를 맺어 영적인 형제자매가 되었으니 동기들 간에 우애 있게 지내며 주님의 크신 뜻을 함께 실천해나가자는 내용입니다.
가족이 이토록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자칫 그 사실을 망각하고 지낼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고기가 물속에 살면서도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사람은 가족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체감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가정은 최고의 안식처이며, 가족은 피차 아끼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감싸줄 수 있으며, 우리가 끝까지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가정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꾸밈없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고달픈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멀리까지 우리를 배웅해주는 사람은 바로 우리의 가족입니다. 『대지(The Good Earth)』라는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 벅(Pearl S. Buck) 여사는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자양분을 섭취하고 있다”고 가정의 중요성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장수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블루존(blue zone)’이라고 하는데, 이분들이 장수하는 비결 중의 하나가 자식들과 함께 살거나 가까이에 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정은 우리 삶의 행복의 근원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맛보는 천국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자녀가 행복하면 부모도 행복하고, 아내가 행복하면 남편도 행복합니다. 페스탈로치는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그 다음 기쁨은 어린이를 보는 즐거움인데, 이 두 가지 기쁨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성스러운 기쁨이다.” 한국인들의 가훈 중 몇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가훈은 아마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형통하게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집안이 화목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 간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말한 분이 있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마더 테레사는 “사랑은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습니다. 성경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교훈하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내 아내요 남편이요 부모요 자녀입니다. 온 인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입술에 발린 위선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족 간에 정겨운 사랑이 넘침으로 머물고 싶은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이 마치 지옥과 같아서 한시라고 바삐 탈출하고 싶은 ‘이 놈의 집구석’이 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가정폭력은 성폭력, 학교폭력, 부정·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 가운데 하나로서, 가족의 화목을 깨뜨리는 주범입니다. 우리가 자녀들을 위해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부모가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부부의 화목한 모습을 자녀들에게 삶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른 빵 한 조각만 있어도 화목한 것이, 먹을 것을 많이 차려 놓고 싸우는 집안보다 낫다”는 잠언 17:1의 말씀은 우리 모두가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존 하워드 페인(John H. Payne)은 미국 시민이었으나 유럽 각지를 전전하다가 이국땅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여러 해가 지난 후 그의 유해가 본국으로 운구되었습니다. 그의 유해가 뉴욕에 도착하던 날 부두에는 뉴욕시가 생긴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가 작사한 노래 한 곡 때문이었습니다. 그 노래는 "Home Sweet Home"이라는 명곡입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Home, home, sweet home. There’s no place like home.).” 노랫말이 미국인들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심금을 울렸기에 그 어떤 유명한 작곡가보다도 더 큰 존경을 받았던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정과 가족은 모든 이들에게 이토록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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