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배려심

한 선생님이 매일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날마다 지각을 하는 것을 보고 괘씸한 마음에 회초리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회초리를 든 다음 날 아침, 그 선생님은 차를 타고 출근하다가 그 학생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병색이 완연한 아버지가 앉아계시는 휠체어를 밀고 요양시설로 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선생님은 짠한 마음에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지각은 곧 불성실이라는 생각에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회초리를 든 자신이 부끄러웠고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와 단 둘뿐이라서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할 입장에 있는 데다가 요양시설은 문을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생은 요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모셔다드리고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서 학교에 왔을 텐데...그날 또 지각을 한 학생은 선생님 앞으로 와서 말없이 종아리를 걷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회초리를 학생의 손에 쥐여주고 자신의 종아리를 걷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하면서 그를 따뜻하게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울었습니다.
‘프레임(Frame)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레임은 틀을 의미합니다. 사람은 어떤 상황을 자신의 틀 안에서 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확증편향이라는 편견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떠한 틀을 갖고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프레임의 법칙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학생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상황을 알고 나서는 그의 프레임이 바뀌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프레임의 법칙은 어떤 면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매우 깊으신 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으로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벌주시는 무서운 하나님’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배려하시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약성경 중에서도 모세오경을 보면, 하나님은 약자의 삼총사로 일컬어지는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 즉 절대빈곤자들과 무의탁자들에 대하여 지극하게 배려하고 계시는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연약한 처지와 안타까운 상황을 이해하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들을 잘 돌보아주라고 거듭거듭 ‘명령하고’ 계십니다. 일례로, 신명기 24:6절에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식생활과 직결되는 맷돌을 전당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배려심은 특별한 상황에서 병역면제를 지시하시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신명기 20:5-7) “새 집을 건축하고 낙성식을 행하지 못한 자가 있느냐. 그는 집으로 돌아갈지니 전사하면 타인이 낙성식을 행할까 하노라. 포도원을 만들고 그 과실을 먹지 못한 자가 있느냐. 그는 집으로 돌아갈지니 전사하면 타인이 그 과실을 먹을까 하노라. 여자와 약혼하고 그와 결혼하지 못한 자가 있느냐. 그는 집으로 돌아갈지니 전사하면 타인이 그를 데려갈까 하노라.”

하나님은 장애인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레위기 19:14, 신명기 27:18) “너는 귀먹은 자를 저주하지 말며 맹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맹인에게 길을 잃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구약시대에 속죄제는 반드시 드려야 하는 의무제였습니다. 그런데 제물로 소나 양이나 염소를 드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자는 대신 비둘기로 대체해서 드려도 되도록 배려하셨고, 그마저도 힘에 부치는 자는 곡식 가루로 대신해도 된다는 예외규정까지 두셨습니다.
안식년과 희년 제도를 통해 농사를 짓지 않는 해에는 저절로 자라는 것을 가난한 자들과 짐승들의 몫이 되도록 하셨고, 희년에는 삶의 기본 터전이 되는 토지를 원소유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했으며, 종 되었던 자들도 자유의 몸이 되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하심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회복의 은총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과실치사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피성 제도를 제정하실 때에도 피의자가 단시간에 도피성에 이를 수 있도록 요단강 동편과 서편 북쪽, 중앙, 남쪽에 한 개씩 모두 6개의 도피성을 배치하도록 자상하게 배려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배려심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십자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죄로 말미암아 영원히 저주와 고통을 당할 인간을 긍휼히 여기사 독생자 예수님을 희생제물로 삼아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의 배려에 우리는 늘 감사하면서, 우리도 하나님을 본받아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Number | Title | Date |
292 |
대체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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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 |
291 |
아프레 쓸라(apres cela, 그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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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
290 |
의인인 동시에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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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9 |
289 |
딤플 인생(Dim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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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1 |
288 |
그리스도의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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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6 |
287 |
그리스도인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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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9 |
286 |
이중 전이(double trans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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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
285 |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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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 |
284 |
강요된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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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9 |
283 |
꿈을 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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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3 |
282 |
관계지수(NQ, Network Quo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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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6 |
281 |
배려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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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8 |
280 |
철률(鐵律), 은률(銀律), 황금률(黃金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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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
279 |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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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
278 |
소소한 일상에서 맛보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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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
277 |
‘덕분에’ vs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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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9 |
276 |
건천 신앙과 옹달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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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
275 |
나의 신앙간증 2제(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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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
274 |
환경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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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
273 |
가족이 곧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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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
272 |
복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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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
271 |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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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
270 |
믿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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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
269 |
죽어야 사는 역설적인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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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
268 |
생명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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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8 |
267 |
마음의 근육을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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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
266 |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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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
265 |
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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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264 |
삶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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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263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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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