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워싱턴신학교(WTS) 기독교교육 박사과정 이수 중, PDSO, 강사
마음의 근육을 키웁시다

저는 최근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가히 맷집 끝판왕이라 불릴만한 분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 맷집이 좋은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권투 선수의 힘찬 스트레이트 가격, 태권도 고수의 이단 돌려 발차기, 킥복싱 선수의 니킥, 주짓수 챔피언의 발차기에도 끄덕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미소까지 짓는 ‘물렁 뱃살’의 소유자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얼마나 단련에 단련을 거듭했으면 그런 맷집을 키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장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육신의 근육, 특히 다리 근육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리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건각(健脚)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며 장수의 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육신의 훈련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더 중요한 영적 훈련이 있음을 일깨워주면서 이것을 위해 힘쓸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4:7-8)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대표적인 영성학자인 미국의 리차드 포스터(Richard J. Foster)는 경건의 연습을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즉 내적 연습, 외적 연습, 집단 연습입니다. 내적 연습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외적 연습은 혹 자기 맘에 내키지 않더라도 순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집단 연습은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뭉뚱그려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에베소교회 성도들이 이렇게 되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에베소서 3:14-16) “내가 하늘과 땅에 있는 각 족속에게 이름을 주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비노니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
우리는 지금 사순절의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오늘은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하시는 한 주간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할 때 그분이 지니신 속사람의 강건함을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비록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의 공생애를 보내셨지만, 그 동안 내적으로 외적으로 숱한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고난의 절정이 바로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분이 당하신 고난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든 고난은 아마도 애매하게 당하는 고난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야당 대표가 여러 가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맘고생과 함께 이제는 법정 출두라는 몸고생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내공이요 맷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이것은 내공이나 맷집이 아니라 역대급 뻔뻔함과 고집의 극치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만일 사법적인 리스크가 없는데도 이러한 고통을 당한다면 그것은 누가 보아도 가히 높이 평가할만한 내공이요 맷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고통받으실 아무런 죄악도 없으신 분인데도 엄청난 고통을 당하셨으니 이것이야말로 튼튼한 ‘마음의 근육’이 없이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드로전서 2:19-21)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우나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그러나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셨느리라.”
주님의 이러한 ‘마음의 근육’ 즉 내공과 맷집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영성 신학자 리차드 포스터가 지적한 대로, 예수님은 늘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시는 내적 연습, 십자가의 죽음을 생각하면 심히 고민이 되지만 사명 수행을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신’ 외적 훈련, 그리고 제자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심히 외로운 상황에서도 “보라, 너희가 다 각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요한복음 16:32)는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나 ‘하나님 임재’를 체험하고 사셨던 임마누엘의 신앙으로 평소에 늘 마음의 근육을 키워오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에 들어 ‘근육 저축’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후일을 위해 돈을 저축해두듯이 근육도 젊었을 때 미리 저축해두어야 노년에 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음의 근육도 평소에 이런저런 훈련을 통해 미리 저축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근육에도 겉근육과 속근육이 있습니다. 보디 필더들의 식스팩 같은 울퉁불퉁한 겉근육보다는 뼈와 관절에 붙어있는 속근육이나 코어 머슬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도 ‘경건의 모양보다는 경건의 능력’을 함양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에 ‘마음 챙김(mindfulnes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긍정적인 사고, 인내, 수용, 초심 유지하기, 내려놓기, 평정심 갖기, 판단 보류 등 여러 다양한 방법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MZ 세대에서 주로 유행하는 ‘중꺽마’ 즉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도 마음 챙김에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과 관련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평소에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경건의 능력, 신앙의 내공과 맷집, 즉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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