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지선 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 초에 그가 모 신문사와 인터뷰 중에 했던 한 마디 말이 의미심장하게 저의 가슴에 와 닿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우리는 뭔가 대단한 일, 횡재라고 할 만한 경사가 있을 때는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일에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무덤덤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물에 콩 나듯 뜸하게 일어나는 ‘강도’가 센 경사스러운 일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빈도’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한 마디는 아마도 본인 자신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겪었던 남다른 경험치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곱씹어보면, 특별한 환경에 처한 자가 아니더라도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모두가 강도보다는 빈도에 무게를 두는 게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늘을 나는 게 기적이 아니라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게 기적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이지선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중 23세였던 2000년에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의 55%가 상하는 3도 중화상을 입은 후 40여 차례의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이겨내고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장애를 얻고 난 뒤 쏟아진 도움의 손길이 자신을 어떻게 일으켜주었는지를 잘 아는 그는 미처 그런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길을 놓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보스턴대학에서 재활상담학 석사학위, 컬럼비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그리고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동대학교 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최근에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자신이 느낀 행복의 ‘빈도’에 대하여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는 불행의 조건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주 행복을 느꼈어요. 중환자실에서 처음 마신 물의 시원함을 기억해요.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이 ‘살아 있다’는 행복을 알려주었습니다...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배웠죠. 이식한 피부를 뚫고 속눈썹이 자랐을 때, 잘려 나간 짧은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다시 글씨를 쓰게 되었을 때, 수술 후 입이 커져서 다시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재활훈련을 하면서 드디어 손이 귀에 닿았을 때, 그래서 오른손으로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모두 모두 기쁨의 순간이었습니다...콧물이 흐른 건 20년 만의 일이었어요. 방학 때마다 수술을 받았는데 목과 오른손에 피부 이식을 하면서 동시에 굳어져버린 왼쪽 콧구멍 내부를 넓히는 수술을 했거든요. 코로 숨을 쉬기 위해서요. 이젠 밤에 입을 다물고 양쪽 코로 숨 쉬며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지 몰라요.”
결국 그의 행복감은 감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잃었을 때 느끼는 소중함,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찾았을 때 느끼는 기쁨과 감사, 그것이 바로 행복감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18은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범사에(in all circumstances)’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어떤 환경에 처하든’이라는 뜻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사하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절대긍정 마인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마음의 태도(attitude of mind)에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마음의 습관을 잘 들여야 범사에 감사할 수 있고,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in all things God works for the good).”

어떤 성경학자는 이 말씀을 가리켜 ‘하나님의 국수틀’이라고 했습니다. 국수틀에는 다양한 반죽이 들어가지만 마지막에는 모양이 꼭 같은 국수 오라기가 가지런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록 당장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종국에는 좋은 결말로 이끌어주실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믿는 믿음이 있을 때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지선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 영적 진리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내 인생을 인도하시는 이가 분명히 계시고, 내 인생에서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철저히 깨달았기에 전전긍긍하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묻기는 하죠.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하냐고요. 하지만 내가 생각한 어떤 것과 다르더라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안심해요. 내 생애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스스로 ‘합당하게’ 여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경에서도 사도들이 가르치다가 잡혀가기도 하고 매를 맞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걸 합당하게 여겼잖아요.”
그가 작년에 펴낸 에세이집 『꽤 괜찮은 해피엔딩』은 생존자에서 생활인으로, 학생에서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인생이란 캄캄한 동굴이 아니라 언젠가는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는 터널임을 깨달았노라고 고백하는 그의 긍정적인 사고의 편린(片鱗)들을 통해 우리도 행복의 ‘강도’보다는 ‘빈도’에 천착(穿鑿)함으로써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향해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행복쟁이’들이 다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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