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예수님의 모형⑤: 의식(儀式)

예수님의 예표 가운데서도 제사 의식(ritual)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책 중의 하나가 히브리서인데, 히브리서는 ‘신약의 레위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구약의 제사 의식에 대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레위기는 ‘구약의 히브리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레위기와 히브리서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제사 의식이 가지는 예수님의 예표적 성격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제사 의사에서 중요한 요소는 제물과 함께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사장직에 대하여 살펴보면, 예수님은 멜기세덱의 반차(계열, order)를 따르는 제사장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서 7:1-3에 의하면, 멜기세덱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으로서 아브라함에게 복을 빌어 주었는데, 멜기세덱의 의미대로 ‘의의 왕’이요 또한 살렘 왕이 의미하는 ‘평강의 왕’으로서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어 하나님의 아들과 닮아서 항상 제사장으로 있는 자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직은 레위의 아들 중에서도 아론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멜기세덱은 레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때의 제사장이었습니다. 레위 계열의 제사장 직분으로는 우리가 온전함을 얻을 수 없었기에 아론의 혈통이 아닌 유다 지파에 속한 예수님의 제사장 직분을 통해 우리가 온전함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구약의 제사장들은 영원히 생존할 수 없기에 계속 제사장들이 바뀔 수밖에 없지만, 예수님은 영원히 계시는 분이므로 그분의 제사장 직분은 갈리지 않습니다(히브리서 7:24, Jesus lives forever, he has a permanent priesthood.).
다음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제사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제물입니다. 구약시대에는 소, 양, 염소와 같은 짐승이 제물로 드려졌습니다. 레위기에는 다섯 가지의 제사 즉 번제, 소제, 속죄제, 화목제, 속건제에 관한 규례가 나와 있는데, 이 중에서 번제, 화목제, 소제는 제물을 드리는 자의 형편에 따라 자발적으로 드리는 자원제(自願祭)이며, 속죄제와 속건제는 죄사함 받기 위하여 반드시 드려야만 하는 제사입니다. 속건제(Guilt offering)는 죄책감(guilt), 범법(tresspass), 손상(damage) 등에 대한 제사로서 사회적인 죄나 도덕적인 죄를 깨달았을 때 드리는 제사입니다. 다시 말해서, 속건제는 보상이 가능한 죄, 이를테면 하나님의 성물이나 이웃에게 범한 죄에 대하여 드리는 제사로 1/5을 더해서 드리는 손해보상의 성격을 띤 제사입니다.

이와는 달리 속죄제(Sin Offering)는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경우에 드리는 제사로서 영적인 면에 강조점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제사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속죄제의 제물은 드리는 자의 신분에 따라 제물도 차등이 있었습니다. 즉 제사장, 이스라엘 전체 회중, 족장, 평민이 드려야 할 제물이 각각 다르게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평민이 범죄한 경우에는 흠 없는 암염소나 어린 암양을 바쳐야 했으나 경제력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비둘기 두 마리를,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빈자의 경우에는 고운 가루 십분 일 에바를 바치도록 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소제(素祭)는 유일하게 곡식으로 드리는 제사인데, 이 경우에도 반드시 다른 생축을 바친 번제단 위에 함께 올려 불사르게 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죄를 속함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피흘림 없이는 사(赦)함이 없다"(히브리서 9:22)는 규례는 만구불변의 대원칙입니다. 한편 이러한 원리는 오늘날 신약 성도들에게도 꼭 같이 적용됩니다. 즉 어떤 형태의 죄든지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를 힘입지 않고서는 완전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구약시대에 임시방편으로 허락하신 제사 의식을 통한 속죄를 완성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셔서 친히 대제사장이 되셔서 자신의 죄 없는 몸을 온전한 제물로 드림으로써 단번에(once for all)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던 것입니다.
(히브리서 9:11-12) “그리스도께서는 장래 좋은 일의 대제사장으로 오사 손으로 짓지 아니한 것 곧 이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으로 말미암아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지상에 있는 성소는 하늘 성소의 모형이요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소에서 드리는 제사를 포함해 구약의 모든 것들을 규정하고 있는 율법은 장차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올 것들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히브리서 10:1)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shadow)일 뿐이요 참 형상(realities)이 아니므로 해다마 늘 드리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언제나 온전하게 할 수 없느니라.”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전에는 자동차를 사면 임시번호판(temporary tag)을 받고 나중에영구번호판(permanent tag)을 받게 됩니다. 선거 기간 동안 장차 승리를 예상하며 잠정적으로 임시내각(shadow cabinet)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약의 제사와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역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결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다”(로마서 3:25)고 했고, 사도 요한도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다”(요한일서 4:10)고 했습니다. 화목제(Fellowship Offering)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평화와 화목을 도모하기 위해 드리는 제사입니다.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간은 서로 원수지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신(디모데전서 2:5)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인간의 죄의 문제가 해결되었고, 이로써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불화한 관계가 화목한 관계로 회복되었습니다. ‘화해’(reconciliation)라는 말이 신학적으로 구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으니 늘 하나님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Number | Title | Date |
276 |
건천 신앙과 옹달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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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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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간증 2제(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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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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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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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
273 |
가족이 곧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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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
272 |
복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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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
271 |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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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
270 |
믿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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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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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역설적인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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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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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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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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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근육을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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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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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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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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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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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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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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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263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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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
262 |
하나님의 사인(sign)이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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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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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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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
260 |
일이냐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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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 |
259 |
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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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
258 |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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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
257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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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
256 |
아디아포라(adiaphora)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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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4 |
255 |
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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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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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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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역설(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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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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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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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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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
250 |
다른 복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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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
249 |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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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
248 |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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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
247 |
스트레스 지수, 감사지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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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