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예수님의 모형①: 서론

예수님은 친히 당신 자신이 성경의 주인공이심을 밝히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 5:39, 46)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로다...모세를 믿었더라면 또 나를 믿었으리니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
예수님 당시에는 아직 신약성경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이 여기서 말씀하신 성경은 물론 구약성경입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24:44-45)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구약성경은 장차 오실 예수님에 관한 예언이 주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신학자들은 구약성경을 가리켜 ‘바라보는 예수’(prospective Jesus)라고 말하고, 신약성경은 예언의 성취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회고하는 내용이 주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돌아보는 예수’(retrospective Jesus)라고 말합니다. 구약성경에는 예수님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돼 있진 않지만 예수님의 모습은 도처에 숨은 그림처럼 계시되어 있습니다. 화가가 커다란 나무 그림에 사람의 모습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숨겨놓고 몇 명 찾아내느냐는 것으로 지능을 테스트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구약성경에는 예수님의 여러 다양한 모습이 마치 조각 그림처럼 산재해 있는데, 이 조각 그림들을 하나하나 맞추어보면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person and work)에 대하여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 완성됩니다. 성경공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 숨겨진 그림들과 조각들을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모습만을 보게 되면 자칫 시각장애인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되어 예수님의 전모를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구약성경 도처에 산재해 있는 예수님의 숨은 그림들을 잘 찾아내어 종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예수님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숨어있는 이러한 것들을 가리켜 표상(表象, type) 또는 모형(模型)이라고 합니다. 이 표상과 모형은 달리 표현하자면 ‘그림자’입니다. 우리가 손으로 벽에다 새나 동물들의 모습을 그림자로 나타내듯이 그림자는 실체(reality)를 반영해줍니다. 표상과 모형과 그림자는 모두 실체를 짐작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정작 실체 그 자체는 아닙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건물의 모형과 실물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모형은 장차 완성될 건물을 어렴풋이 보여주지만 건물 그 자체는 아닙니다. 구약성경에는 이런 식으로 예수님의 실체가 그림자로 예표되어(preshadow)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실체와 모형으로 구약과 신약을 연관시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을 가리켜 ‘유형론적 해석’(typological interpretation)이라고 하며, 이러한 해석 원리는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로마서 5:14)는 말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는 제사제도와 관련해 실체와 모형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0:1)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요 참 형상이 아니므로(The law is only a shadow of the good things that are coming – not the realities themselves) 해마다 늘 드리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온전하게 할 수 없느니라.”
구약시대에 대제사장이 해마다 반복해서 동물의 희생제물을 속죄제물로 드려 죄를 속했던 제사제도는 장차 우리의 큰 대제사장으로 오셔서 당신 자신의 온전한 몸을 제물로 드려 단번에 한 영원한 제사(one eternal sacrafice)를 드릴 예수님의 십자가의 대속을 미리 그림자로 예표하는 하나의 모형(표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성경은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1,600여 년에 걸쳐 다양한 배경을 가진 40명 이상의 저자들이 다양한 문학 양식으로 기록했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통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경은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in diversity)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성령께서 저자들을 통해 친히 드라마의 각본을 쓰시고 하나님께서 감독과 연출을 맡으시고 예수님이 시종 고정 주인공으로 등장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약과 신약은 서로 무관한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 드라마의 전편과 후편처럼 서로 아귀가 맞고 일관성과 통일성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 안에는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돼 있지만 이 모든 주제들이 결국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격조와 품격을 갖춘 일류소설일수록 싸구려 삼류소설과는 달리 치밀한 복선이 깔려있습니다. 복선은 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독자들이 필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도록 어떠한 사건이나 정황을 미리 치밀하고 은밀하게 설정해 두는 심리적 기법입니다. 성경의 예표들은 장차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어느 날 그저 우연히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불쑥 솟아난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 땅에 오셔야만 했던 분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의도적인 복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따르는 ‘유형론적 성경해석’ 원리를 적용한다면, 구약성경의 여러 사건, 제도, 인물 그리고 심지어 사물에 대해서도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주제별로 하나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Number | Title | Date |
275 |
나의 신앙간증 2제(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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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
274 |
환경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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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
273 |
가족이 곧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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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
272 |
복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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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
271 |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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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
270 |
믿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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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
269 |
죽어야 사는 역설적인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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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
268 |
생명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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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8 |
267 |
마음의 근육을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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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
266 |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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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5 |
265 |
하나님의 길과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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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264 |
삶의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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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
263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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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
262 |
하나님의 사인(sign)이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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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
261 |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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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
260 |
일이냐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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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 |
259 |
잠언의 보편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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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
258 |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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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
257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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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
256 |
아디아포라(adiaphora)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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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4 |
255 |
인생의 자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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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
254 |
새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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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
253 |
성탄의 역설(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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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
252 |
세상은 평화 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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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251 |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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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0 |
250 |
다른 복음은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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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3 |
249 |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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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
248 |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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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
247 |
스트레스 지수, 감사지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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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
246 |
범사에 감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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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