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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전천후 감사



어제가 추석이었습니다. 추석은 설날과 함께 한국의 2대 명절로 뽑힐 만큼 큰 명절이지만, 미국에 오래 살다 보면 추석에 해당하는 Thanksgiving Day가 따로 있어서인지 추석 명절의 분위기는 점차 시들해져서 아예 기억조차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잖아 있습니다. 추석의 유래는 지금부터 약 2천 년 전 신라 유리왕 때부터라고 하니 정말 오래된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리왕은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석 명절을 지키도록 했다고 하니 추석이 기쁘고 즐거운 명절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추석은 한국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추수감사절은 말 그대로 한 해 동안 땀 흘려 가꾼 농작물과 과일을 수확한 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절기입니다. 그러므로 추석의 화두는 당연히 ‘감사’여야 합니다. 농경사회가 아닌 요즘에는 농사를 짓는 자들 외에는 추수에 대한 감사가 가슴에 크게 와 닿질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저 한 해 동안 누려온 갖가지 은혜와 축복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명절이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두 차례의 태풍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추석을 지내는 마음도 무척 무거울 것입니다. 비단 태풍의 피해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은 개인이나 가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불평하고 원망한들 얻어질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만 상하고, 몸마저 덩달아 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고 애써 감사할 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그냥 과거로 흘려보내고 오늘 이 순간 감사할 것들을 찾아 ‘억지로라도’ 감사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그나마 마음의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의 트렌취 감독이 감사에 대하여 한 말을 깊이 음미해 보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가는 평탄한 길에 작은 웅덩이만 있어도 하나님을 원망하고 사람을 원망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가는 험하고 캄캄한 길에 한 줄기 희미한 빛만 비치어도 하나님이 주시는 자비로우신 빛이라 하여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감사는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은혜를 깨닫는 것이 감사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감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자라야 진정으로 이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다. 일본의 내촌감삼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일 인간을 저주하신다면 질병이나 실패 그리고 배신이나 죽음으로 저주하시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지 못하는 불신앙으로, 그리고 성경을 읽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막힌 귀로, 또한 감사하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도록 메마른 마음으로 저주하실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믿음이 약해지면 마음 속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이 불평과 불만과 원망입니다. 그러므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은혜요 축복입니다. 추석 인사로 받아보는 전자 카드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말입니다.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울 게 아니라 마음도 영혼도 풍요로운 명절이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크리스천들이 특히 감사 절기에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곡도 아름답지만 노랫말은 더 아름답습니다.


1. 날 구원하신 주 감사 모든 것 주심 감사/ 지난 추억 인해 감사 주 내 곁에 계시네/

향기로운 봄철에 감사 외로운 가을 날 감사/ 사라진 눈물도 감사 나의 영혼 평안해/

2.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헤쳐나온 풍랑 감사 모든 것 채우시네/

아픔과 기쁨도 감사 절망 중 위로 감사/ 측량 못할 은혜 감사 크신 사랑 감사해/

3. 길가에 장미꽃 감사 장미꽃 가시도 감사/ 따스한 따스한 가정 희망 주신 것 감사/

기쁨과 슬픔도 감사 하늘 평안을 감사/ 내일의 희망을 감사 영원토록 감사해

응답해주신 기도에 감사하는 건 당연하지만 거절하신 기도에도 감사는 마음,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에도 감사하는 믿음, 장미꽃에만 감사하지 않고 내 살을 찌르는 장미꽃 가시에도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 이것이 바로 “범사에 감사하는” 전천후 감사입니다. 감사는 은혜받는 그릇입니다. 그 그릇이 클수록 더 풍성한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감사야말로 행복의 바로미터임을 알아야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할 일들을 찾아 감사하는 신앙은 이미 오래 전에 하박국 선지자가 가르쳐주었습니다.

(하박국 3:17, 18)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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