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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목사의 신앙칼럼

강남중 기자

김재동 원로목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영문과, 전 청소년재단 이사장, 해외한인장로회(KPCA) 총회장 역임, 현 서울장로교회 원로목사, 전 워싱턴교역자회 회장, 전 워싱턴한인교회 협의회 회장, 목회학박사과정 수료



이민자가 애국하는 길



3.1절 102주년을 맞이해 이민자가 애국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미국 땅에 이민자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조국 대한민국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조국이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독교에는 국경이 없지만 기독교인에게는 조국이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쇼팽이 한 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가 20세 되던 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날 때 그의 아버지는??너는 폴란드의 자랑이 되어다오?라고 당부하면서 아들의 마음 속에 조국애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어디를 가든 조국을 잊지 말라며 조그마한 은컵에 폴란드의 흙을 담아 선물로 주었습니다. 쇼팽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이 컵을 무덤 속에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경 속의 위인들은 모세, 에스더, 느헤미야, 바울을 위시해 한결같이 애국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온 인류의 구세주로 이 땅에 오셨지만 장차 멸망하게 될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셨습니니다.

3.1운동 당시 우리 나라 기독교인들은 앞장서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당시 기독교 교세는 인구 2천만 명 중 겨우 1%가 조금 넘는 25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3.1운동을 주도한 33명 가운데 기독교인이 16명이나 되었습니다. 교통시설이나 통신시설이 별로 발달하지 못했던 그 당시에 전국적으로 온 국민이 일제히 궐기할 수 있었던 것도 교회의 조직 덕분이었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3.1운동의 주역이었다는 것은 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의 피해 통계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체포된 종교인의 60%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해외에 나와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국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조국의 기쁨이 곧 우리의 기쁨이요, 조국의 슬픔이 곧 우리의 슬픔입니다. 조국이 잘되어야 우리도 미국 땅에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습니다. 조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져야 우리도 이 땅에서 기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국이 잘못되고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으면 우리도 부끄러워지고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오매불망 우리의 제1 조국인 대한민국만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삶의 터전이요 제2 조국인 미국을 위해서도 애국심을 가져야 합니다. 늘 마음이 들떠 있을 것이 아니라 이곳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인과 미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Korean이면서 동시에 American, 한국계 미국인, 즉 Korean American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며, 여기에서 선량한 시민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29장에는 바벨론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우리처럼 스스로 원해서 이국 땅에 간 것이 아니라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망해 강제로 끌려가 원치 않는 타향살이를 하는 것이니 우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그렇긴 하지만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 이민자들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고 생각되어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5절)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바벨론에 정착할 마음을 가지고 거기에 마음을 붙이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억울하게 타향살이를 하면서 자나깨나 조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집을 지을 마음도 없었고 생업을 일굴 의욕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비록 하나님이 정하신 70년의 시한이 차서 떠날 때 떠나더라도 그곳에 사는 동안에는 마음을 착 붙이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씀입니다.



(6절)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로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게 하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낳고, 자자손손 대대로 인구를 늘려감으로써 민족의 역량을 키워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종살이할 때 애굽인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큰 세력으로 부상한 것도 인구팽창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바벨론에서 업신여김을 받지 않으려면 강성해져야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가는 가운데 흑인 인구를 넘어서자 정치인들도 중남미 이민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 한인 차세대들이 이곳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아가려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역량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7절)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 성읍을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입니다. 미국이 평안해야 우리도 맘 편히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위정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디모데전서 2:2에서 ‘고요하고 평안한 신앙생활’을 위해 같은 취지의 교훈을 준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궁극적이고 영원한 조국인 ‘천국의 시민’으로서(빌립보서 3:20), 하나님 나라의 애국자가 되어 그 분의 나라가 이 땅에서 널리 확장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할 사명이 있음을 항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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